`신화의 나라` 그리스 기행
⑩아테네, 아크로폴리스와 양고기

▲ 파르테논 신전.

고된 일정이 될 수밖에 없는 그리스 여행이다. 그리스 여행은 어느 여행지를 선택해도 대부분 야외 박물관이기 때문에 한 곳을 반나절 둘러본다는 각오로 출발해야 한다. 휴양지 아닌 문화유적을 답사한다는 일은 다리에 힘 있을 때 해야 함을 그리스 여행은 충분히 깨닫게 하고도 남는다.

오늘의 일정은 아테네다. 둘러보지 못한 시내 관광지를 차근차근 견학하기로 했다. 아침 식사 후 간단한 옷차림으로 로비에 모였을 때 일광 형이 특별 이벤트를 이야기한다.

오늘 저녁은 특식으로 지난 번 메테오라 갈 때 함께 한 현지 가이드 조 선생이 식당을 안내하기로 했단다. 딸 영인이가 저녁 식사 경비를 찬조했다며 최 형과 나 모르게 부탁했단다.

식당이나 음식 종류는 그리스에서만 주로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찾아달라고 부탁했단다. 그리스를 여행하며 여러 종류의 현지 음식을 접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 샐러드다. 그 밖에도 모스카리 메스타휘토, 게미스타, 스파게티, 스디첼, 지로스포크, 모스카리예 휘로삐다, 마스티르카, 요구르트 등 먹고 메모한 음식 종류도 여러 가지다.

 

▲ `디오니소스 극장` 무대에 새겨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실레노스` 조각상.

특별 이벤트 때문인지 제우스 신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이런 이벤트는 여행을 보다 신나게 만든다. 오늘은 하루 종일 걸어야 한다. 제우스 신전, 아크로폴리스, 그리고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형님, 무슨 음식인데요?”

“글쎄. 이따 오후 6시에 조 선생이 우리 숙소로 차를 갖고 오기로 했어.”

우리는 호텔에서 익숙한 골목길을 따라 제우스 신전(Temple of the Olympian Zeus)으로 향했다. 미로처럼 골목에서 골목으로 뚫려있는 길이다. 아테나는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를 기준으로 잡으면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찾는 제우스 신전은 아크로폴리스 동남쪽이다. 골목 하나를 지나면 아크로폴리스 한 부분이 보이다가 이내 건물에 가린다. 플라카(Plaka) 지역을 지나 아크로폴리스 후문에 도착하여 티켓을 끊었다. 어른은 12유로다. 나흘간 사용할 수 있는 입장권으로 여섯 곳을 관람(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제외)할 수 있다. 관람할 때마다 끊어서 한 장씩 내야 한다.
 

▲ 플라카(Plaka) 지역.

그곳에서 큰 길로 나가자 131년 지어진 하드리아누스(Hadrianus)문이 보인다. 로마 제국의 하드리아누스 2세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높이 18m, 너비 13m다. 그 뒤쪽으로 제우스 신전이 있다. 가는 곳마다 다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빙빙 울타리를 돌아 찾은 제우스 신전의 출입구를 통과하자 우뚝 선 코린트식 기둥이 우리를 맞는다. 원래 104개의 기둥이 있었다. 현재 15개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도 태풍에 쓰러졌다. 이 신전은 말 그대로 신들의 왕 `제우스(Zeus)`를 위한 신전이다. 기원전 6세기 아테네의 정치가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성은 기원후 2세기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 때에 완성하게 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만큼 신전의 크기는 그리스에서 가장 컸다. 하지만 3세기경 이방인의 침략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하여, 약탈과 파손으로 요즘의 모습으로 남았다.

우리는 제우스 신전을 둘러보고 아크로폴리스로 향했다. 첫날 늦은 시각으로 문 앞에 도착하고도 관람할 수 없었던 아크로폴리스였다. 시간은 충분하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아크로폴리스 매표소를 통과했다. 다들 설렌 표정이다. 6년 전이었다. 난 그때 오랜 시간 아크로폴리스에서 보냈다. 탑돌이 하듯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보다 힘들면 당시 파르테논 신전 동쪽에 있었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6년 후에 다시 입장하지만 마음은 역시 긴장된다. 입장하면서 기원전 6세기에 지어진 `디오니소스 극장` 앞에 선다. 아크로폴리스에는 두 개의 극장이 있다. 디오니소스 극장과 아티쿠스 극장이다. 두 극장은 햇살 좋은 비탈을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디오니소스 극장은 많은 부분이 망가져 있다. 아직도 곳곳에 금줄을 쳐 놓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연극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정치를 논하던 곳으로 18,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관람하던 사람들이 무대 조각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실레노스`다. 디오니소스의 술친구로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다. 걷는 길 양옆으로도 오랜 세월의 역사가 곳곳에 스며 있다. 아티쿠스 극장을 내려볼 수 있는 곳에 멈춘다. 이곳 역시 에피다우로스 대극장처럼 현재 주기적으로 공연을 한다. 161년 헤로데스 아티쿠스가 죽은 아내 레기나를 위해 기증한 극장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나무스쿠리`를 비롯하여 1993년 `야니`가 이곳에서 공연했다. 그 공연 음반을 구입해 본적이 있다. 스케일이 큰 멋진 연주였다.
 

▲ 제우스 신전.

로마시대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불레의 문(Boule gate)`을 지나 대리석 계단을 디딘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천 년 디뎠기 때문에 반질반질하다. 8m 높이의 아그라파 기념비, 프로필레아(성스러운 건물에 들어서는 문), 니케 신전, 하물며 곁의 돌 하나하나도 그리스인들의 철학과 숨결이 묻어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아테네의 절반을 본다는 이곳을 빼 놓을 리 없다. 다들 이곳에 왔다는 인증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를 위해 기원전 447년 착공하여 기원전 438년 완공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그리스 건축물 중에 가장 돋보이는 건축물로 세계문화유산 첫 번째 지정물이다.

계단을 밟고 오르자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백미(白眉)다. 장엄한 파르테논!`

`장엄(莊嚴)`이란 이런 건축물 앞에 어울릴 단어란 생각이 든다. 파르테논 신전은 남북으로 30.87m, 동서로 69.51m로 총 46개의 기둥이 있다. 기둥 위 공간을 `프리즈(frieze)`라 하는데 이 프리즈는 높이 101㎝, 길이 160m로 팬아데나이아 축제의 제사행렬을 묘사하고 있다. 360여 명의 신들과 인물, 219필의 말을 조각하였는데 율동적이며 뛰어난 조각솜씨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기원전 5세기 중엽 그리스 조각의 완벽한 표현이며 고전 건축조각의 가장 유명한 예다. 하지만 부분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을 비롯하여 외국으로 반출되고 남은 것은 아크로폴리스박물관에 일부 전시하고 있다. 지붕은 없다. 1687년 튀르크 군 화약창고가 이곳에 있었다. 그해 10월 26일 베네치아 군의 포격으로 화약창고가 폭발하는 바람에 지붕이 날아갔다.

설레는 맘을 누르며 천천히 파르테논을 둘러본다. 아테네 시내도 내려본다. 시내 곳곳에서 올려볼 수 있는 신전이다. 이 파르테논 건물에는 페이디아스가 금과 상아로 치장한 높이 12미터의 아테나 페이디아스 상(전쟁의 신, 처녀 신 `아테나`)을 모시고 있었다. 그야말로 기원전 아테네인들의 경배 대상 지역이다. 그늘을 찾아 오랜 시간 파르테논 신전을 보고 하산하듯 발길을 옮긴다. 점심 식사 후 플라카(Plaka) 지역을 둘러본 우리는 피로를 풀 겸 호텔에서 쉬다 6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6시 로비로 가니 이미 조 선생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일행 6명은 승합차로 아테네 바닷가 길을 거쳐 공항 가까운 식당으로 갔다. 대를 이어 장사하는 그리스 전통 양고기 전문 식당이었다. 주방에선 네 명의 요리사가 양고기를 부위별로 자르고, 숯불 위에 올리고, 주문한 음식을 만들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빵과 그리스 샐러드가 나오고 주문한 양고기가 부위별로 나왔다. 갈비도, 내장구이도 끝내주는 맛이다. 우리는 양고기 맛에 젖어 오랜 시간 그리스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즐겁고 행복한, 그래서 더 머물고 싶은 여행이라고….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 영인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즐겁게 읽어주신 독자에게도 감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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