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동해안, 태양의 정기 받아 밝은 미래로

▲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형상을 담아 해맞이광장에 건립된 호랑이상(像)에 동해의 찬란한 아침 햇살이 비추듯이 경북동해안의 역동과 도전, 개방과 포용의 정체성은 널리 공유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본지가 기획한 `경북의 혼(魂)`특집 연재가 지난 8월 10일 첫회를 시작으로 2012년 세모의 길목에 선 이제 끝을 맺는다. 사계의 전문가와 본지 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은 지난 4개월 동안 회당 20여매씩, 25회에 걸쳐 모두 500여매의 원고를 채우는 노정을 계속 해왔다. 그 과정은 글쓰기의 물리적 어려움 보다는 의욕만 앞선 나머지 수천년 역사 속에 민초들의 땀과 피가 아로새겨진 경북동해안의 정체성을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 시도 떠나지 않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생선 배나 따 먹는 갯가`쯤으로 비춰져온 경북동해안의 정체성에 새로운 모색과 발견의 숨을 불어넣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있는 취재였다. 물론 그 성과는 동해안은 물론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그리고 오늘도 분단의 능선을 울며 불며 오르고 있는 한반도 모든 지역의 정체성들과 함께 교류할 것이며 담대하게 공유될 것임을 확신한다.

글 싣는 순서

<1부=경북동해안 철기문화 꽃피우다>
1)프롤로그
2)한반도 철기문화의 뿌리
3)경북동해안은 고인돌 왕국
4)경북 동해안의 소국
5)동예인들의 후예
6)신라가 진한지역을 통일하다
7)철을 가진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8)철기문화발전의 최적지 영일만
9)고래의 고장 영일만
10)철기문화의 맹아, 포스코 신화 낳다

<2부=해양개척과 도전정신의 터>
11)해양교류와 개척의 기지(基地)
12)연오랑세오녀, 태양신화와 문화자긍의 상징
13)항해와 조선의 脈은 이어져…
14)비단의 길은 서라벌에 닿아
15)신라의 달빛, 아시아에 비치다

<3부=고난에 단련된 국토의 등뼈>
16)변방, 국토수호의 현장- 항쟁1
17)포화에 휩싸인 근현대사- 항쟁2
18)위리안치를 이겨낸 유배문학
19)새 세상을 하늘에 빌다- 동학
20)험한 노동을 감내한 민초들

<4부=역동적 삶의 터전, 경북동해안>
21) 모여서 되찾는 삶의 의욕- 민속
22) 바다로 달려간 밥상- 음식
23) 구비 마다 세겨진 인물 이야기
24) 부활하는 연오랑 세오녀
25) 변방의 부활은 창대할지니- 에필로그

경북동해안지역 `정체성 찾기` 새 지평 개척
`장기 유배지 체험촌` 관광상품화 실현 기대
연오랑세오녀 일본내 흔적찾기 등 숙제 남아

 

□ 지역 정체성 고찰의 새 지평

정체성은 왜 살피는가? 지역 등 여러 동질성을 공유하는 세력에게 어떤 특징이 있으며 이 특징은 또 다른 세력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고칠 점과 북돋워 줄 점은 무엇인지를 알아 내기 위함이다. 포항과 경주, 영덕과 울진으로 이뤄진 경북동해안은 그동안 경북 내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성 분석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북부권이 연구와 저작에 의한 활발한 정체성 찾기를 통해 유교문화로 상징되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자부해온 점을 고려하면 불모지대나 다름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인문학의 풍토가 강한 내륙 지역에 비해 거친 해안 풍토의 특성 상 역동성이 더 강조돼온 문화와 그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온 산업적 특성이 깊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역사적으로도 고구려의 세력이 울진에서 포항 북구 일대에 까지 형성돼 경주 일대의 신라와 대립한 이래 4개 시군의 교류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를 전제로 할 때 본지의 이번 특집은 거친 변방의 이미지로 굳어져 온 경북동해안의 정체성 찾기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선사시대에 정치적 세력이 통치하는 집단이 정착해 읍락과 소국, 국가로 나아가는 사회적 발전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고인돌이 이 지역에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시작했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을 비롯해 형산강 유역은 전북 순창과 고창, 경기 강화 등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 밀집지로서 강과 들, 바다가 조화돼 그 만큼 삶의 여건이 잘 갖춰진 천혜의 땅임을 보여준다.
 

이어 최첨단의 소재인 철기문화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태동했는지를 살펴 신라와 같은 최초의 통일국가가 어떻게 경북동해안에 깃들어 실크로드를 통해 서아시아 및 로마에 까지 이어졌는지를 돌아봤다. 수많은 야철지를 보유한 `쇠불이터` 포항 일대의 역사적 연원이 결국 영일만의 포스코 신화로 이어지게 된 우연 또는 필연도 빠트리지 않았다. 제2부는 경북동해안 사람들이 삶의 터전이면서도 곧 한계이기도 한 바다와 맞닿은 여건을 도전과 극복으로 활용해 문물을 교류하고 해외로 진출한 전통을 찾고자 마련됐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서 태양과 달이 상징하는 일월사상의 광명정대함, 대양을 건너 신문물을 전파하는 진취성의 표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제3부는 항쟁사와 유배문학을 통해 국토의 변방인 이 지역이 외세의 침입에 맞선 국방의 중심이었으며 고려와 조선을 통틀어 손꼽히는 유배지인 포항시 남구 장기땅에서 18년 유배의 시작을 한 다산 정약용의 눈에 비친 민초들의 삶을 돌이켜봤다. 신라 천년 수도에서 피어난 찬란한 문화유산과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피폐해진 극단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모색한 동학이 배태되는 필연적 과정도 살펴보았다.

마지막 4부는 민속과 음식, 인물 등을 통해 바다와 내륙이 조화된 지리적 조건이 어떤 삶의 양식을 낳았는지를 다룸으로써 유지되거나 잊혀진 경북동해안 일상의 어느 하나도 결코 돌부리 차듯 할 일이 아님을 공감할 수 있었다. 따라서 24회에 걸친 역정의 끝에서 변방의 부활을 거론한 의도는 국토의 말단에 처한 보잘 것 없는 민초의 삶과 아픔, 역사의 고난과 영광이 당대와 미래에 발전의 한 동력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 기대되는 유배문학촌 건립

이번 특집은 그동안 향토사학계를 중심으로 다뤄진 포항 장기와 영덕 영해 등 유배지에서 꽃핀 유배문학을 공론의 장으로 옮기고자 노력했다. 특히 장기면은 조선 태조 이후 모두 106명의 관료와 학자가 유배된 곳으로 수도로 부터 이격된 교통 오지이면서도 중앙의 엘리트와 지역사회가 새로운 유대를 형성하고 시련 속 문학의 산실이 된 곳이다. 때마침 포항시가 14일 오전 11시 남구 장기면 현지에서 `장기 유배지 체험촌`이라는 이름으로 용역보고를 겸한 주민설명회를 열게 돼 본지의 기획의도와 맞물리게 됐다. 이미 경남 남해군이 서포 김만중 등의 유배역사를 유배문학촌으로 관광상품화 했듯이 4개 시군도 풍부한 문화유적 등 유산을 잘 활용해 관광은 물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교육 효과도 거두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다 못 담은 경북의 혼

그 정수만 추리더라도 내용과 양에서 풍부한 한 지역의 정체성을 원고지 500매에 다 담기란 힘들다. 따라서 앞으로 이어질 가칭 `속(續) 경북의 혼`에서는 포항의 부조장과 여자보부상, 울진에서 봉화에 까지 이른 보부상인 `선질꾼` 등 경제활동에 대한 고찰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또 해난사고 희생 어민의 영혼결혼식이 가미돼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리 일대에 전해지는 범굿 등 무속신앙, 민중의 기원과 삶이 담긴 민담과 전설, 형산강 주변의 인문지리, 포항 북구에서 울진 일대에 까지 남하한 고구려의 강역 등도 좋은 소재이다. 또 울진신간회를 포함해 `동양의 모스크바` 대구와 함께 남한 좌익의 대표적 무대가 된 이 지역의 이념 갈등 등 민중운동, 실학의 일가를 개척한 의학자 석곡 이규준 선생, 연오랑 세오녀의 일본 내 흔적 찾기도 남은 숙제이다.
 

이제 돌아보는 자리에 이르러 일생을 바쳐 간난신고의 연구성과를 이룩해낸 배용일 전 포항대 교수와 장기발전연구회, 각 시군의 사(史)와 지(誌) 편찬자 등 향토사학자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보내는 것으로 특집을 일단락한다.

□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끝>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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