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이제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 유권자 표심의 흐름으로 보면 이 정도 남은 기간에선 대체로 판세가 굳어져 사실상 판가름 나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는 막판까지 피말리는 혈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철수 후보 사퇴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우위가 굳어지는 듯하다가 안 교수의 뒤늦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지지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일부의 전망 때문이다. 누가 당선될지는 개표를 해봐야 알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대통령선거 문화와 정치발전은 이전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철수 교수의 정치행보가 본인의 주장인 `새정치`와는 달리 유례 없는 구태정치를 몰고 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치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는 과연 어떤 것을 말하는가. 일반 국민들은 여야 어느 정당이든 당리당략보다는 국민의 이익과 복지를 우선하고, 싸움보다는 합리적 방법으로 합의를 이루는 정치를 가장 먼저 새로운 정치로 손꼽을 것이다. 또 국민들은 어느 정당이든 어느 후보든 자신들의 정책노선을 국민앞에 투명하게 제시하고, 공정하게 심판받는 정치를 원할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말과 주장을 바꾸는 정치, 국민앞에 분명한 노선을 밝히지 않는 정치세력, 단지 정권교체만을 이유로 연대하는 정치, 특히 애매한 발언과 애매한 주장, 애매한 정치행보로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는 정치는 결코 새정치의 범주에 들 수 없는 것이다. 부패세력이나 종북세력으로 드러난 정치세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새정치와는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부패세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 막는 세력이고, 종북세력은 반인권적 왕조사회를 추구하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당리당략정치, 국민의 판단을 가로막는 불투명 정치, 부패와 종북 정치 등을 없애야 한다.

새정치와 관련, 올해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의 선택을 방해한 불투명하고 애매한 단일화 정치라 하겠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등장한 안철수 교수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후보를 사퇴하고, 개념도 불분명한 `새정치`실현과 `정권교체`를 이유로 민주당 문 후보를 지지하고있다. 국민에게 가장 큰 불투명 정치를 선보인 셈이다. 더구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 이어 두 번이나 일방적으로 후보를 사퇴해 국민들에게는 `새정치`가 `장난 정치`처럼 비쳐진다. 대선 출마에서부터 후보결심, 그리고 단일화 선언에서부터 후보사퇴에 이르기까지 안 교수는 시종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고, 후보사퇴 후 문후보 지지마저 불투명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안교수의 태도는 그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도 기성 정치권이 쇄신을 못하고 구태에 안주할 경우 제2의 `새정치`세력 출현에도 큰 장애가 될 것 같다.

애매한 정치 행보도 문제지만 대선 때마다 나오는 야권단일화 레퍼토리도 이제 식상한 메뉴다. 명분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야권이 단일화한다지만 그렇다면 정당정치를 포기하든 아니면 야권단일 정당을 만들 일이지 정치노선과 정책이 다르다고 모인 정치세력들이 집권만을 위해 이합집산한다면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가 국정의 쇠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보았듯이 단일화가 정치에서 절대선이 아님은 이미 드러나지 않았던가. 특히 노무현 정권에 몸담았던 구성원들이 스스로 폐족이라 자처했던 사실을 상기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