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신 객원논설위원 로타리코리아 이사장·발행인

요즘 가수 싸이가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마치 접신(接神)이 된 것처럼 세상 가요계를 지배하고 있다. 가수 싸이를 보면 상식으로는 그 많은 관중을 이끌고 흥분시킬 수 없기 때문에 그런 해석이 나온다.

세계적 아티스트 백남준도 무속에서 작품의 소재를 건졌다. 접신은 자기가 전공한 분야에서 신의 경지에 들어갔을 만큼 최고가 되었다고 칭송하는 말이다. 신라 시조 왕 박혁거세나 남해 차차웅이란 이름도 접신을 한 제사장을 가리킨다. 갑골문이 탄생한 배경도 신으로 행세한 제사장에 의해 부호로 표기되는 것이 시작이었다.

경주에는 원래 창조의 신이 많은 곳이다. 가냘픈 무녀(巫女)가 60관이 나가는 돼지를 한손으로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은 신의 경지에 들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경주 삼릉계곡을 한참 오르다보면 장육 삼존불에 이른다. 지금은 이곳에서 무속(巫俗)행위를 할 수 없지만 60~70년 대에는 무속들이 벌이는 굿거리가 수시로 열렸던 곳이다. 절정에 오른 무녀가 작두를 타고 하늘로 솟구칠 때는 장육삼존불 허리까지 외씨버선발이 치고 올라가고 내린다. 상식으로는 풀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무녀가 더 높이 뛰어 오를수록 굿판은 신비스럽고, 흥겨워져 여기저기서 복채가 많이 나온다.

3000년 이전 하·은 나라가 황하유역에서 자리 잡았을 시기, 거북의 등껍질에 난 금을 보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쳤다. 중국 신화시대가 지나고 역사시대로 넘어 갈 시기이었으니 인간의 점은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채도(彩陶· 채색도기)가 출토된 앙소 유적지나 용산 문화지대(중국 역사시대 유적지)에서는 등껍질보다는 거북 배 바닥에 난 금을 보고 점을 치는 것이 등껍질보다 훨씬 영험이 더 서렸다고 한다. 은나라 지역에서 출토된 갑골은 기원전 3000년 시대라는 주장도 있다.

미신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자기와 얽힌 행운에 대해서는 의외로 집착한다. 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먹혀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미국 LA, 상해에서마저 큰 건물을 지을 때는 풍수로부터 조언을 받는다고 한다. `미신의 심리학`저자 수튜어트 바이즈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한 일종의 자기 암시가 미신”이며 “어떤 행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고 열심히 따른다면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3이 행운의 숫자여서 무엇이든 세 판이라야 분이 풀린다. 어째든 우리는 4가 나쁜 숫자인 반면 서양에서는 7이, 중국에서는 8이 반가운 숫자다. 미국의 학생 39%가 중요한 시험을 칠 때마다 자신이 믿는 물건을 지니거나 종교적 주술 등 특별한 행동을 한다는 것도 자기 암시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꿈도 마찬가지다. 돌아가신 부모 모습은 열흘쯤 지나면 잘 나타난다. 술 담배로 정신이 흐려진 남자보다는 영성이 맑은 여자 꿈에 잘 나타난다. 사업가들을 보면 큰 꿈은 여자가 잘 꾼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해 시절 풍수지리와 관상학에 깊이 빠진 적이 있었다. 공부 수준이 상당히 깊이 들어갔으나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던 어느 날 주역을 뒤적이다가 마음을 훤히 밝혀주는 글귀하나로 그 동안의 공부(易)를 놓아 버렸다고 한다. `빈부귀천(貧富貴賤)이 재어사주(在於四柱)니, 사주(四柱)가 불여(不與) 관상(觀相)이요, 관상(觀相)이 불여(不與) 심상(心相)`이라는 대목이었다. 그는 크게 깨치고 풍수(風水)와 관상학(觀相學)공부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귀(富貴)빈천(貧賤)이 사주에 나와 있다고 하나 그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뜯어 고치는 주체는 마음에 달려 있다.

어느덧 연말이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무인(巫人)이 내놓은 계사(癸巳)년 나라의 점괘는 “내년에는 어려운 한해가 될 거다. 내 후년이 되며 바늘구멍 같은 빛이 보이다가 3년 후면 나라 운이 활짝 필 겁니다.”

올해도 힘든 한해였지만 내년은 더 어려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