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

트러스트 앤 리스백(Trust and Lease back)은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담보로 잡힌 집을 관리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은행에 맡기고 대출이자 대신 월세를 내며 거주하는 `신탁 후 임대방식`을 의미한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발생했을 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세일 앤 리스백(Sale and Lease back)을 통해 차입자의 주택을 매입해 다시 임대한 데서 유래했다. 후자는 기업이 자산을 유동화 시키기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한 뒤 이를 다시 빌려 쓰는 리스 거래방식을 주택시장에 도입한 것이다.

즉 집값이 대출금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진 경우 담보대출자의 집을 경매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대신 은행이 매입해서 다시 원래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출채권을 고정자산인 주택으로 대체한 것이어서 은행의 자산금액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게 되고 수입 면에서도 과거에 받던 대출이자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계속 받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게 된다.

트러스트 앤 리스백은 집주인에게 소유권을 그대로 둔 채 주택처분권을 은행에 맡긴다는 점에서 세일 앤 리스백과는 차이가 있다.

은행은 3~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일정기간 월세가 연체될 때만 주택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집주인은 소유권을 가진 임차인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집주인은 높은 연체이자 대신 대출이자 수준의 월세를 내고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고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서 대출금을 갚으면 되므로 신탁기간만큼 시간을 벌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집을 당장 경매에 넘겨 팔더라도 대출금을 모두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전국적으로 19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 집값의 60% 이상을 대출받은 사람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기보다는 고생하며 키운 소를 잃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 자신의 외양간을 자주 점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