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대선 막바지에 검찰개혁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검찰의 비리가 갈 데까지 갔다는 국민들의 깊은 불신에다 검찰지도부는 내분에 휩싸이는 등 파탄의 분위기 속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같은 날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검찰개혁은 실현될 것 같다.

그러나 두 후보의 개혁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차이점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과연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번 경우 만신창이가 된 검찰조직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어떻게든 바꾸지 않을 수는 없을 것같다. 이전에도 검찰의 수뢰사건은 숱하게 터져나왔고, 그 때마다 검찰이 다시 태어나야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더 추하고 볼썽사납게 악화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검찰간부가 국민생활을 파탄에 몰아넣은 사기꾼으로부터 뇌물을 챙겼다가 경찰의 수사를 받게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마저 초래했고, 이도 모자라 현직검사가 자신이 수사하던 여성 피의자를 성추행한 사례는 검찰이 국민 앞에 얼굴을 들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를 수습하고 바로잡아야할 검찰수뇌부마저 내분을 빚다가 수장이 사퇴를 하는 등 자정능력을 상실하자 대선후보들이 긴급특별기자회견에 나설 만큼 화급해졌다.

이렇게 검찰의 기강해이가 막장에 이른 느낌이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그동안의 정치권 행태를 보면 이번에도 과연 개혁이 가능할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사실 검찰이 정치검찰로 지탄받은 것이나 검찰의 비리가 불거져 나와 정치권에서 검찰개혁을 들고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여야가 서로 다른 주장으로 개혁안이 합의되지 못하고 물 건너갔기 때문에 실현을 보지못했던 것이다. 정치권도 검찰비리와 정치검찰의 행태의 한 축에 놓여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국회들어서도 정치권의 검찰권 견제에 대한 태도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은 이전과는 달리 야당 단독으로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양보가 돋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의 뇌물혐의 관련 검찰수사에서 민주당측이 방탄국회 소집으로 끝까지 박원내대표를 엄호했던 것은 검찰을 무력화시킨 구태였다. 물론 검찰권 남용이나 부패에 대한 정치권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다는 데도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선 검찰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표명이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해도 정치권 역시 이 문제에서는 국민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여야 어느 편이든 정권만 잡으면 검찰권의 정치적 이용을 염두에 둔 탓인지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이 바뀌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수사 범위를 특정하는 국회특검의 경우도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특검의 결과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혀낸 적이 없었던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검찰권의 왜곡 변질을 가져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은 대선의 막바지에서 검찰개혁을 공약한 것인 만큼 정치권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이 사안만은 대선투표전에 여야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수없이 토의했던 사안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또 검찰개혁의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사회 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