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새 정치`의 아이콘처럼 등장했던 안철수 대선 예비후보의 본선 사퇴는 잠시나마 `새 정치`에 대한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에게는 허망한 백일몽을 꾼 것같은 느낌을 줄 것이다. 여러 언론들이 현실의 벽을 넘지못했다는 표현을 썼고, 안철수 교수 자신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할 만큼 벅찬 힘겨루기였다는 것을 고백한 바 있듯이 이는 처음부터 백면서생의 치기어린 도전이었고, 예고된 패배였다고 하는 것이 정상적 판단일 것같다. 그러나 그가 남긴 공과는 27일부터 치르게 되는 본격적인 대선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같다.

물론 안 교수 개인으로서는 “영혼을 팔지않았다”는 말로써 여운을 남기고 잠적할 만큼 충격과 허탈 속에 인생의 아픔을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의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대선캠프의 조직원들이 가진 실망감과 서운함을 수습해야 할 빚도 함께 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는 사퇴선언에서 이같은 문제에 대해 시사점을 던진 바 있다. 그는 일방적 후보사퇴 선언을 했기 때문에 후보단일화에는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단일후보로 인정한 것은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안 교수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단일화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합의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지만 줄거리를 정리해 보면 지지자들이 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야 하고, 문 후보와 정책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 교수가 문후보를 단일후보로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단일화 과정의 생략과 지지자의 동의를 얻지못한 측면에선 사실상 단일 후보라는 말은 수사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다. 이같은 단일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하고, 안 교수가 문 후보를 단일 후보로 인정했다는 말빚과 함께 정치적인 다른 계산 때문에 문 후보와 나란히 유세를 하거나 선거운동에 나선다면 그것은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단일화 협상 막바지에 `맏형`운운하면서 안 교수에게 단일화 방법을 맡긴다고 공언해놓고 이를 어긴 문후보에 대해 안 교수가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면 안 후보 지지자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는 것은 아닐까.

양 후보의 TV토론에서도 정치개혁과 관련 국회의원수의 `조정`이냐 `축소`냐의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은 정치개혁의 공동선언이 합의되지 않았음을 국민앞에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안 교수가 `새 정치`의 방향이 서로 다른 문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한다면 그것 또한 새 정치의 허구를 스스로 드러내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지자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면 지지자들에게 물어보고 처신하는 것이 옳다.

후보를 접고 더 이상 이번 대선에 관여치않는다면 그가 남긴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꿈과 이같은 `꿈`이 기성 정치권에 공포감을 안겨준 공로는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설사 그것이 정치실험으로 평가될지라도 부패 정치와 패거리 정치는 항상 불안 속에서 국민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대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하게 된다면 그가 바라는 `새 정치`는 결국 민주당의 정치행태와 다를 바 없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민주당식 구태정치일뿐 안 교수가 선거운동을 한다고 해서 `새 정치`가 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국민에게 안철수의 `새 정치`로 비쳐진다면 안 교수는 단일화 실패에 이어 그의 아이콘인 `새정치의 꿈`마저 일그러지는 상황에 몰릴 것이다.

안 교수가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자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독자행보를 시작한다면 희망의 불씨가 꺼져버린 것은 아니다. 정치인임을 선언한 안 교수에게는 희망과 허망을 가르게 되는, 또 하나의 선택이 남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