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환 작가

안철수 후보의 브랜드는 `상식`이다. 나는 그의 상식에 대하여 몇 가지 의문을 품고 있다. 잠깐씩 검증의 대상으로 떠올랐던 딱지 아파트, 아내의 서울대 교수 임용과정, 전세살이 타령, 단란주점 등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그저께(13일) 한 언론사의 대선 여론조사를 본 다음에는 이 시점에서 `안철수의 상식`에 대한 나의 근본적 불만을 밝혀도 될 것 같았다. 그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와 문재인`이 맞붙어도 박근혜가 조금 빠지고 `박근혜와 안철수`가 맞붙어도 박근혜가 조금 빠지는데,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이 박근혜에게 간발의 차이로 더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쯤에서 내가 안철수 후보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대통령이 될 준비, 나라를 통치할 준비,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준비를 아직은 시간 부족의 관계로 인해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 이것이 안철수의 `상식`에 맞는가?” 내가 안철수 후보가 될 수 없듯이 그가 이대환 작가가 될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상식에는 그것이 결코 맞지 않다.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 안철수 후보나 그 캠프는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급조한 책을 펼치거나 인기를 누렸던 `청춘콘서트`를 틀어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책은 여러 지식인이 평가한 것처럼 그야말로 `상식의 교과서` 수준이고, 젊은 대학생들을 상대하여 현실을 비판하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와 국가통치의 행위는 아주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러한 사실들도 그저 `상식`에 불과하다.

물론 내 주장이 `안철수의 상식`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나보다 훨씬 경륜도 많고 훨씬 명성도 높은, 그 캠프의 이헌재 전 부총리나 조정래 소설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곁에서 지켜보니까 안철수 후보는 국가를 통치할 준비를 제대로 갖춘 사람인가, 아니면 너무 서두르는 것인가. 내 질문은 이런 상식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의 정당이 없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큰소리도 상식을 벗어난 발상이다. 국민의 뜻, 국민의 명령이란 말로 정당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빼고 나면 지지율이 폭락한다는 지지층의 구조도 왠지 불안하고 허술해 보인다. 선거는 젊은 바람으로 승리할지 몰라도 통치는 그 바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담판 단일화`를 선호한다. 또한 그래서 나는 안철수 후보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큰 바람을 일으킨 사람으로서 양보하는 것이 맞고, 그래야 늦었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그 상식에 합당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찍겠다는 결심을 세운 것도 아니며, 박근혜 후보를 찍겠다는 결심을 세운 것도 아니다. 더 지켜볼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과 신념, 6자회담에 대한 구상과 철학,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책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아직도 정책 대결이 성립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도 온갖 계산이 난무할 `단일화 테이블`이 한시바삐 뉴스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나라에 영웅은 없는가?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고 했지만, 다시 난세에 들었음에도 영웅은 보이지 않고 대신 `스타`(star)만 심심찮게 떠오른다. 스타는 많아도 영웅은 없는 사회는 `연예사회`(show business society)라고 할 수 있으며, 대통령선거도 연예인에 대한 인기투표를 하듯이 해치울 위험성이 농후하다. 스타나 영웅이 될 욕망을 품은 적이 없어도 작가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자주 곱씹었던 나는 `스타`들에게 자신의 인기에 도취하여 영웅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충고나 해주고 싶다.

영웅과 스타는 본질이 다르다. 인류 역사에서 영웅의 원형은 신화 속에 있다. 신화학자 조셉 켐벨은 세계 각국의 신화구조가 갖고 있는 근본적 공통점은 `영웅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극복의 기술을 완성한 인간`이라 했다. 인간에게 가장 힘겨운 자기극복의 대상은`자기논리가 완성된 욕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