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 자부심 세계문화 속에서 빛나다

▲ 신라승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돈황석굴 막고굴 일대가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정비된 모습.

중국의 동북공정은 중화주의에 바탕한 무모한 쇼비니즘(국수주의)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 까지 미칠 해악을 간과한 역사적 과오로 전락할 숙명이다. 당대의 특정한 이익을 위해 왜곡된 역사는 동시대인들, 특히 지식인들의 양심을 좀 먹고 공범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를 배운 학생들에게 축적되는 지식은 차라리 무지 보다 열등하며 후대에 조작된 역사를 바로잡는데 국가적 역량은 또 얼마나 낭비되는지를 우리는 현대 일본에서 목격하고 있다. 식민사관으로 인해 한국사는 심하게 왜곡됐고 신라의 삼국통일이 일국의 제패를 위해 외세를 끌어들인 오욕(汚辱)의 거울처럼 폄훼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신라는 한반도의 빛나는 문화의 정수와 서역의 선진문물까지 융화시켜 다시 세계 속으로 내보낸 문화 강국이었다.

글 싣는 순서
<2부=해양개척과 도전정신의 터>

11)해양교류와 개척의 기지(基地)
12)연오랑세오녀, 태양신화와 문화자긍의 상징
13)항해와 조선의 脈은 이어져…
14)비단의 길은 서라벌에 닿아
15)신라의 달빛, 아시아에 비치다

한국의 첫 세계인, 혜초(慧超)

신라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과는 다른 서역의 선진문물을 직간접으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서기 668년 삼국통일의 시기를 전후해 선각자들은 당과의 교류를 넘어 실크로드로 진출했다.

이 가운데 오아시스 도시인 돈황 석굴에 남아 있는 신라의 흔적은 오늘에 까지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 고고학자 폴 펠리오가 1908년 돈황 막고굴의 17호 석굴, 이른바 장경동(藏經洞)에서 수습 또는 약탈해간 문서에 왕오천축국전이 포함돼 있다.

승려 혜초가 경주를 출발해 이란 동북부의 니샤푸르에 이르기 까지 4년간 `다섯 천축국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기록`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저작은 세계 4대 여행기의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보다 약 550년 앞선 역작으로서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혜초의 뛰어난 지식과 식견으로 인해 오늘날 세계는 8세기 당시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풍습과 문화, 경제, 정치를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갖게 됐다.

많은 동서양 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 신비한 승려의 실체를 몰라 연구를 거듭하던 중 결국 일본의 학자 다카구스 준지로에 의해 신라승임이 규명됐다.

혜초 외에도 도축승(渡竺僧), 즉 천축국(인도)으로 건너간 승려는 아리야발마(阿離耶跋摩), 현태(玄泰), 원표(元表) 등 9명에 이른다. 또 도당승(渡唐僧) 중 신라 왕손인 원측(圓測)은 현장의 수제자였으며 지장(地藏)은 중국 4대 불교 성지의 하나인 구화산 성지의 창시자이자 안휘성에 벼농사를 전파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추앙받은 신라인이었다.

돈황석굴에서는 혜초 뿐만 아니라 신라인으로 추정되는 박원홍과 원장 형제와 관계된 계약문서가 발견됐으며 석굴 220호(642년), 335호(686년), 332호 등 몇군데에는 신라인이 직접 묘사돼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 미지의 세계, 서역으로 나아간 신라인들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 돈황 막고굴 벽화 속의 조우관을 쓴 신라 추정인들.

중세 아랍에 비친 신라인

아랍인들에게 신라는 이상향과 `황금의 나라`로 기록돼 있다.

마끄디시의 `창세와 역사서`(966)에는 적힌 신라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동쪽에 신라가 있는데, 그 나라에 들어간 사람은 그곳이 공기가 맑고 부가 많으며 땅이 비옥하고 물이 좋을 뿐만 아니라, 주민의 성격이 또한 양순하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신라인 들은 가옥을 비단과 금실로 수놓은 천으로 단장하며 식사 때는 금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한다.`

중세 아랍을 대표하는 세계지도의 작성자 이드리시(1091~1166)는 `천애 횡단 갈망자의 산책`에서 `그곳(신라)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정착해 다시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곳이 매우 풍족하고 이로운 것이 많은 데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금은 너무나 흔한 바, 심지어 그곳 주민은 개의 쇠사슬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금으로 만든다.`

지도에서 신라를 섬으로 기록한 수준의 오류가 나타나고 있는 기록인데 이는 직접 신라를 다녀간 서역인이나, 세계로 나아간 신라인이 각기 제 경험을 과장한 결과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신라는 기원을 전후 해 1천여년동안 알타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황금문화대의 동단에서 전성기를 구가했음을 이 기록과 유물들에서 알 수 있다. 황금문화는 고차원의 문화로서 그 향유 민족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금관의 나라` 신라의 위상은 세계 고대 금관 10구 중 6구가 신라(1구는 가야)의 것임에서도 알 수 있다.
 

▲ 미추왕릉지구 고분에서 출토된 인면유리구슬.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제국에서 수입된 세계최고 수준의 유리공예품이다.

세계에 진출한 신라의 수출품

아랍, 이슬람세계에 수출된 신라의 물품은 비단과 검, 도기와 담비 가죽, 사향, 마안(馬鞍), 범포, 육계(肉桂), 키민카우, 쿠란잔 등 11종(6~7종 토산품, 2~3종 외래품)이었다. 그리고 일본 정창원(正倉院)의 `매신라물해`(買新羅物解)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11년(752) 일본에 수출된 각종 향료와 약재, 안료와 염료, 기물 등 품목이 약 45종이었으며 그 중 일부는 중개무역품이었다.

경북대 주보돈 교수 등에 따르면 신라문화의 중심지 경주는 내륙과 바다가 만나는 교차로로서 북방과 남방의 문화 등을 호수처럼 받아들였다.

그 결과, 4세기 경에는 북방적, 고조선적, 낙랑적, 해양적 요소 등이 신라문화의 실체를 이루고 고구려의 영향이 가미됐다. 이러한 통합성에다 특유의 독창성이 가미된 신라문화는 다시 해양을 통해 세계로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 터키 개최
경주실크로드 프로젝트 야심찬 추진

경북도는 내년 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을 터키 현지에서 개최한다.

지자체로서는 전례가 없는 이 같은 해외문화교류는 `아시아 역사문화의 자존`과 `유럽 문화의 수도`라는 해외 두 지자체 간 자부심을 바탕으로 하며 그 근거를 경주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 정립하려고 한다.

경북도는 한국문화의 모태인 신라문화를 재조명함으로써 경상북도를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만들어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자 이번 기획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중동 및 비교문화 전문가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정수일 박사 등 각계 전문가들로 경주실크로드 프로젝트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기획회의를 거듭 열었다. 이어 지난 10월 31일에는 경주에서 경북도 경주실크로드프로젝트 업무협약식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을 공표했다.

구체적인 기본틀은 학술적 재조명과 스토리텔링,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경주 실크로드학을 정립함으로써 신라 마케팅, 신 한류문화 창조, 경제영토 확장의 3대 목표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학술 부문에서는 논문공모와 데이터 베이스 구축, 국제 학술대회를, 미디어 제작에서는 탐방기 및 기행문 발간, 다큐멘터리 제작 및 방영을, 국제협력에서는 중국 섬서성 시안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와 자매결연, 미국 실크로드 프로젝트 재단과 공동사업을, 마케팅 부문에서는 기획탐사, 요요마 초청공연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지난 10월31일 경주에서 경북도 경주실크로드프로젝트 업무협약식이 열린 가운데 김관용<가운데> 도지사와 정수일<오른쪽 두번째> 소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학술부문은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타슈켄트와 카이로, 테헤란에서 개최하고 유물과 복식, 음식과 건축물 등 전 분야의 학술지를 발간할 계획이다. 미디어 제작은 경주실크로드 대감을 편찬하고 황금과 철을 포함한 금속문화와 불교 등의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국제협력에서는 해외 자매도시에 사절단을 파견하고 실크로드 지도에 경주를 표기하는 등 수정을 협의하고 거점도시 5개국과 공동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한다. 마케팅 부문은 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바다호의 졸업 항해와 연계해 실크로드 탐사단을 운영하고 실크로드 포토챌린지대회를 열고 이스탄불 현지에서 심사를 통해 우수작품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중장기 과제로서 경주실크로드재단을 설립하고 국립경주실크로드문화관을 200억원 전액 국비 투입해 오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주문화엑스포공원 내에 건립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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