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의 사회학
막말의 사회학
  • 등록일 2012.10.30 20:56
  • 게재일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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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말과 글은 인간의 대뇌가 가진 차이를 결정한다는 연구가 있다. 표의 문자를 쓰는 중국인은 청각정보를 관장하는 관자놀이가 손상돼도 여전히 문자를 쓰고 이해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표음문자를 쓰는 서양인과 한국인은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또한 모난 덩어리 형태(방괴형)의 표의문자를 쓰는 중국아동은 도형이 아닌 표음 문자를 쓰는 민족의 아동들에 비해 산술, 어휘, 도상개념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반면 다른 방면 지능에서는 중국아동이 뒤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세월 언어의 사용에 따라 대뇌의 차이가 발생한 데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말과 글이 인간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같은 말과 같은 글을 써 온 사람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 다른 말과 글을 써온 사람과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개인에게도 말과 글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나쁜 말을 쓰지 못하게 훈육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예로부터 질서가 바로 서고, 품위를 지키는 예의지국으로 칭송받는 것도 국민 각자의 행실이 남에게 온당하게 비치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증거를 든다면 언어사용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남을 존중하는 경어가 뛰어나게 발달한 것이 아닐까. 이것은 언어의 사회학적 측면이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경어를 쓰던 언어습속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남을 존중하기는 고사하고 초중학교 학생들이 친구간의 언어생활에서 욕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있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공영TV에서까지 욕설과 폭력적 언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언어의 오염을 고쳐야 한다는 일부 사회지도층의 지적과 대책들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오히려 상당수의 지도층 인사들은 솔선하기는커녕 비속어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어혼탁이 우리사회의 품위손상과 정신적 타락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같아 더 이상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

특히 최근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만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언어를 순화하고 정화하는데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국회의원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절망적 단면을 보는 것같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1월 “새해소원은 뭔가요?”라는 물음에 “명박급사”(이명박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라고 답한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했던 것으로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 어버이 연합이란 나이든 사람들의 단체 회원들을 향해“나이를 쳐먹었으면 곱게 쳐먹어. 당신같은 어버이 둔 적 없어. 분노감에 욕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개쓰레기 같은 것들과 말 섞기 싫어서 참는다”고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민주통합당의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년”이란 표현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물론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계속해서 이런 막말 문제가 터져나오고, 여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당의 집단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되는대로 함부로 하는 비속한 말` 또는 `여유를 두지않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로 돼 있다. 언어의 대뇌결정론적으로 뒤짚어 본다면 막말을 쓰는 사람의 사유구조는 세상을 되는대로 사는 비속한 사람이거나 오늘 이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막장인생을 사는 사람이란 뜻으로 풀이해 볼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은 유력 대선후보를 내고 있는 강력한 정권대체 정당이다. 나라의 앞날을 훌륭하고 품위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정당이라면 막말 문제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막말이 방치된다면 나라 전체가 희망이 없는, 추한 나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 그런 끔찍한 미래는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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