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없는` 이색 결혼식 유행… 젊은층 선호
부모님 성혼선언문 낭독·덕담으로 감동 두배

▲ ♠신랑이 결혼 행진곡을 대신해 최신 유행곡인 `강남스타일`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있다.

# 지난 13일 포항에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혜경(28·여)씨는 색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주례가 있어야 할 단상에는 신랑 아버지가 축사를 하고 있었고, 이어서 신랑·신부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직접 적은 편지 낭독으로 부모님과 하객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끝나갈 무렵에는 결혼 행진곡을 대신해 최신 유행곡인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지면서 신랑의 춤사위를 보고 즐겁게 웃으며 신랑·신부와 가족, 하객이 모두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었다.

재미와 감동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이색 결혼식이 뜨고 있다. 이른바 `주례없는 결혼식`이 바로 그것이다. 주례가 없는 대신에 신랑·신부와 부모님이 주인공이 된다. 주례가 없다는 점에서 일부 중장년층은 거부감을 가지지만, 젊은층은 즐거움과 특별한 추억이 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미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일반화된 주례없는 결혼식이 포항에도 등장한 것은 지난 2007년도부터다. 사회와 함께 결혼식을 진행하는 전문 MC한명으로 시작된 주례없는 결혼식이 붐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인 2008년 봄부터이며, 이 붐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이벤트업계에 따르면 결혼을 앞둔 10쌍의 커플 중 3~4쌍은 주례없는 결혼식을 하고 있다.

이처럼 주례없는 결혼식이 붐을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주례를 모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불쑥 찾아가 주례를 청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주례를 부탁하러 찾아갈 때, 결혼식 당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등 3번에 걸쳐 인사와 함께 선물을 해야 하는 것도 신랑·신부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 최근 포항에서도 주례없는 결혼식이 뜨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포항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지훈·하효경 부부의 모습.

이 같은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주례없는 결혼식이다.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전문 주례자를 고용해 결혼식을 하는 비용과 비슷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례없는 결혼식을 찾는 커플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결혼식을 올린 이지훈·하효경 부부 역시 주례없는 결혼식을 진행했다. 이들 역시 서로 혼인서약을 낭독하고, 부모님이 성혼선언문 낭독과 덕담을 해주는 유쾌한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이씨 부부는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주례없는 결혼식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신청하게 됐다”며 “전문업체와 여러번 미팅을 통해 우리만의 결혼식순을 정했고, 부모님들의 우려와 달리 반응이 정말 좋아서 부모님들도 나중에는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이벤트업체인 크레파스패밀리 황정희 대표는 “신랑, 신부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일반예식보다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며 “예식 자체는 성스럽게 진행하되 유쾌한 부분에는 이벤트를 넣어 강조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결혼식을 만들 수 있어 앞으로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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