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⑼
경북의 혼(魂)을 찾아서 ⑼
  •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
  • 등록일 2012.10.11 20:20
  • 게재일 2012.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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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잡이는 거친 바다와 싸우는 해양문화의 꽃

▲ 경북 동해안에서 돌고래 무리가 수면위를 헤엄치고 있는 모습.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구치는 고래의 날렵한 몸매가 아름답다.

경북을 나타낼 때 웅도(雄道)로 표현한다. 雄의 한자를 풀면 `수컷, 씩씩한, 강력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남자들의 거친 야성과 씩씩하고 강하다는 인상이 연상된다.

역사적으로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끊없는 왜구의 침입을 막아냈고 임진왜란과 일제압제의 국난을 맞아서는 곳곳에서 의병활동을 벌이는 등 구국의 일선에 섰다. 경북은 또 한국전쟁 마지막 보루로 남아 분연히 나라를 지켜냈다. 남자다운 기백과 용기로 표현되는 웅도의 혼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다.

거친 남자의 야성은 바로 해양인의 기질로 대변된다. 거친 파도와 싸우며 끊임이 도전해 가는 바닷가 사람들의 기질이다.

경북은 335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따라 바람 잘난 없고 파도가 세기로 유명한 동해를 마주하고 있다. 웅도의 기백은 바닷가 사람들이 수 천년 동안 일궈온 해양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기잡이 어부들이 만들어 놓은 해양문화 가운데서도 고래잡이는 해양문화를 꽃피우고 해양인의 기질을 길러준 으뜸 문화로 평가할 수 있다.

글 싣는 순서
<1부=경북동해안 철기문화 꽃피우다>
1)한반도 철기문화의 뿌리
2)경북동해안은 고인돌 왕국
3)경북 동해안의 소국
4)동예인들의 후예
5)신라가 진한지역을 통일하다
6)철을 가진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7)철기문화발전의 최적지 영일만
8)고래의 고장 영일만
9)고급철강의 비밀-고래기름
10)2천년전에 예고된 포스코신화
 

▲ 그린피스 고래탐사대의 한 대원이 망원경으로 동해안에서 고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고래의 고장

고래는 인류가 출현하기 이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고 현재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로 분류되고 있다.

외형은 어류와 비슷하지만 내장기관은 육지 포유류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폐로 호흡을 하고 자궁에서 태아가 자라고 배꼽이 있다. 암컷은 하복부에 1쌍의 젖꼭지와 유선이 있고 귀까지 있다.

고래를 몸이 두꺼운 지방으로 싸여 있어 수온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항온동물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빨의 유무에 따라 이빨고래아목과 평생 이빨이 나지 않는 긴수염고래아목으로 크게 분류된다. 수염고래아목은 현재 4과6속 11종, 이빨고래아목은 9과34속70여종이 있다.

긴수염류는 거의 대형종으로 이빨이 없어 플랑크톤이나 멸치와 같은 작은 어류를 수염으로 걸러 먹는다. 이빨고래류는 오징어와 새우, 게,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산다.

고래는 세계 모든 연안에서 서식하고 있으나 한국 근해에는 3과 8종이 알려져 있다. 동해에는 주로 밍크고래와 돌고래가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 이름을 단 고래도 있다. 한국계 귀신고래(Korea Grey Whale)로 수천년 동안 동해에서 참고래와 함께 가장 흔한 고래였고 `귀신처럼 신출귀몰하다`해 귀신고래로 이름지어졌다. 미국의 과학자가 1912년 울산에서 이 고래를 연구하고 학계에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져 고래류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이란 이름을 달고 있다. 남획으로 멸종위기를 맞으며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현재 귀신고래 개체 복원을 위해 포항 호미곶 앞바다를 중심으로 귀신고래를 추적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래는 18~20세기에 전세계적으로 남획되면서 멸종위기에 놓이자 고래자원 보호와 포경업 규제를 위해 1946년 국제포경조약이 체결됐다. 이후 1982년 상업포경 전면금지를 가결한 뒤 1985년 원양포경 전면금지에 이어 1986년 연안포경까지 전면금지됐다.

동해안 어민들과 가장 친숙한 고래는 역시 돌고래와 밍크고래이다. 동해안은 포경이 금지되기 전 구룡포와 장생포항이 고래잡이 주어항으로 명성을 얻었다. 구룡포보다 도시규모가 크고 포경선단 세력이 우세한 장승포가 아직까지 우리나라 최고 고래잡이 어항으로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해안 출현하는 고래류는 귀신고래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빨류고래류는 주로 오징어와 새우류, 게, 회유성어류와 먹이사슬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동해안 고래도 먹이사슬에 있는 어류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경이 금지된 이후 대부분의 고래는 그물이나 통발 어구 등에 걸려 죽은 채로 잡힌 것을 시중에 유통,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어구에 잡힌 고래는 경찰에 신고한 뒤 혼획(죽은 채 잡힌 것) 또는 포획여부 조사를 거쳐야 판매할 수 있다. 해양경찰서에 혼획신고된 고래류 위판 결과에 따르면 대개 3~5월, 9월~11월 사이에 가장 많이 잡힌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고래의 주된 먹이사슬인 오징어의 회유경로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오징어는 동지나해역에서 산란을 하고 동한난류를 따라 동해로 이동을 하면서 성어가 된다. 보통 3~5월께 동해안을 지나고 여름철 동안 러시아연안까지 북상한 뒤 9월부터 동해안쪽으로 다시 남하를 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동해안 어민들은 오징어가 동해안을 북상, 남하하는 시기에 오징어잡이 성어기를 맞는다. 오징어와 함께 고래는 동해안 어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생활을 하며 독특한 해양문화를 형성했다.

 

▲ 포항수협 위판장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의 해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해안 해양문화

해양문화는 어민들이 거친 바다와 싸우며 만들어낸 바닷가 사람들만의 생활방식이다. 대양에서 어군을 찾고 고기를 잡는 일상을 통해 모험과 도전, 개척과 진취성이 주민 정서로 정착됐다. 바닷가 사람들은 당장 먹을 식량이 없어도 기가 죽거나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바다에 나가 고래와 같은 대형 어류를 잡거나 그물 가득 고기만 걸면 모두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일견 무모하고 한탕을 노리는 지나치게 투기성의 호기로 치부될 수 있으나 모험가적 기질 또는 남자다운 호방함으로 달리 볼 수도 있다.

고래잡이는 이러한 해양기질과 해양문화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고래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로 무게가 최고 14t에 이르는 대형동물이다.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의 최대 무게 5t의 거의 3배에 가깝다. 현대 문명은 사냥기술의 개발로 발전해 왔다. 바닷가 사람들은 고래사냥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고래는 워낙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그물 어구 등으로 포획이 불가능하다. 밧줄을 단 대형 창으로 고래를 찌른 뒤 고래가 힘이 떨어지거나 죽을 때까지 기다려 포획하는 방식이다.

대형 고래를 쫓기 위해 기동성이 뛰어난 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선술을 발전시켰다. 또 포유동물인 고래가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순간을 포착하거나 추적을 하기 위한 항해술 개발도 필수다.

포획된 고래는 식품으로도 사용하지만 고래의 몸을 싸고 있는 두꺼운 지방층에서 얻는 어유(고래기름)의 쓰임새가 크다. 고래기름은 식료품과 화장품, 비누, 양초 원료 등 다양하게 사용됐다. 고래기름은 양초로 이용될 만큼 연소성이 우수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석유나 휘발유 등 화석연료나 전기가 개발되지 않았던 시대에 고래기름은 뛰어난 연료 기능을 했을 것이다. 강도가 높은 철기를 제작하는 제련기술개발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진문명을 창조했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선진 철기문명의 토대로 동해안에 강력한 부족국가를 건설하고 무역항로를 개발해 일본에 선진 문명을 전파했다. 거친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고래를 쫓았던 해양인들의 도전정신과 고래잡이에서 얻은 조선기술 및 항해술, 제련기술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조선강국, 철강대국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는 가정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동해안은 다양한 고래잡이 문화가 현존하고 있다. 바닷가 마을마다 `고래돌`이란 바위명이 있다. 고래가 호흡을 위해 수면에 떠있는 모습을 연상해 주민들이 지어놓은 바위이름이다. 고래를 부위별로 해체하는 전문 직업도 있고 고래고기 전문식당도 있다. 어릴적 고래고기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고래고기 식당을 즐겨 찾는다. 동해안은 예나 지금이나 고래의 고장이다. 해양인들의 도전과 모험은 웅도 경북의 혼으로 스며있다.



□특별취재팀 = 임재현, 정철화, 이용선(이상 본사 기자), 김용우 향토사학가, 장정남 한빛문화재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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