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3세기경 그리스 에페이로스의 왕 피루스는 로마제국과의 두번에 걸친 전쟁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막대한 피해를 입어 세번째 전투에서 패망했다.

여기에서 `피루스의 승리`라는 고사가 생겨나게 됐고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른 후 얻는 상처뿐인 승리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와 유사한 개념의 경제용어로`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도 그 과정에서 과다한 비용을 지불해 곤경에 빠지거나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말은 미국 유전개발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의 엔지니어인 케이펜, 클랩, 캠벨 등 3명이 지난 197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언급됐다.

지난 1950년대 미국의 석유시추권 경매에서 석유회사들의 치열한 입찰경쟁으로 시추권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돼 기대만큼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등 큰 손해를 보게 된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당시 기술수준으로는 정확한 석유매장량을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매장량의 가치를 추정, 입찰가격을 제시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이처럼 불완전한 정보하에서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는 기업 인수·합병(M&A)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M&A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다른 기업을 인수했던 기업들이 인수를 성공하기 위해 지나치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이에 포함된다.

인수한 기업의 경영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면 금융기관에서 빌린 막대한 인수자금이 부메랑이 돼 결국 기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경영위기에 빠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웅진그룹도 사업 확장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과대평가해 예상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해가며 극동건설을 인수한 것이 경영위기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극동건설이 떠안은 부실과 부채에 짓눌려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부동산 경매 등 일상에서도 잘못된 가치평가와 무리한 경쟁 등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쉽게 맞닥뜨릴 수 있다.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투자대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낙찰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꼼꼼히 짚어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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