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활성화 방안
영일만항, 올 8월 누적물동량 30만TEU… 해마다 증가세
반면, 대구기업 유치비율 1%수준… 포트세일즈 강화해야

▲ 박승호 포항시장이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에서 개최된 `제18회 환동해권 거점도시회의`에 참석해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한 `환동해권 도시 간의 물류 교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환동해권 거점도시회의는 매년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서 각각 3개의 도시가 참가해 총 12개 도시로 구성된다.

대구·경북의 유일한 무역항인 영일만항이 개항한 지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 노선 확충과 관련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대구 등 인근 도시와의 상생 모색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금은 도시와 도시 간의 경쟁이다. 하지만, 서로 간의 상생 없이는 대구와 포항이 혼자의 힘으로 세계로 나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 도시는 상생할 길을 생활권과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적인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과 인천시 송영길 시장의 상생 선언문 채택이 대표적인 예다.

대구·포항은 국책사업유치 등 경쟁자 입장에서 벗어나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상생 모델을 만들어 소모적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지방의 목소리를 키우고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은 동해안에서 인구가 많은 도시로, 환동해권 거점도시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포스코·포스텍이라는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영일만항 개발 덕분에 환동해권 국제물류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활권역이 비슷한 대구와 포항이 협력해 경계를 허문다면 영일만항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
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
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
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
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
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대구·구미 물동량 거의 없어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영일만항에는 일본을 비롯한 3개국의 5개 선사가 8개 항로, 13항 차의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있다.

영일만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 2009년 개장 초기 5개월간 6천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는데 그쳤으나 2010년 7만 2천421TEU, 2011년에는 13만 812TEU의 실적을 거뒀으며 올 8월17일 누적물동량 30만TEU를 달성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항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여전히 물동량은 미미한 실정이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간 100만 TEU 정도로 추정되지만 영일만항 이용 실적은 저조하다.

최근 한국은행 포항지역본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지역 화주기업 95%가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더욱이 대구 기업의 물동량 유치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선사들 대다수가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고, 부산항에 지분을 출자하고 있는 회사가 많아서 단순한 수송비용 유인만으로는 영일만항에 선사를 유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부산항 대신 영일만항을 이용하겠다는 선사는 20%에 불과했다. 영일만항은 대구지역 화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포트세일즈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한국은행이 선사, 포워더 등 항만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하역요금, 배후화물운송비, 하역생산성 등과 관련해 영일만항이 어떠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현재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는 선사들의 선택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일만항과 같은 소규모 지역항만의 경우 선사들의 항만선택은 비용 및 생산성 요인보다는 물류시스템 전반에 관련된 계약관계나 선사와 부두운영권과의 출자관계 등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팀 관계자는 “배후단지를 조기에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항만의 하드웨어적인 요소는 항만의 물동량 증가의 필수조건이며 특히, 초기 항만의 경우 비용, 생산성 및 소프트웨어적 요소보다는 항만 인프라의 조기 확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영일만항을 환동해권 물량확보 등 틈새시장 개척과 부산항의 피더항으로 환적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배후산업단지를 포함한 지역 내에서의 물동량 창출과 육상운송 물류업체 등에 대한 정보서비스 제공이나 회송 시의 화물알선 등과 같은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영일만항까지의 육상 운송비는 부산항보다 저렴하나 육상운송업체의 쌍방향 화물확보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운임은 영일만항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관문, 영일만항이 돼야

대구와 포항은 1시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대구를 해양도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2004년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될 때만 하더라도 많은 연구기관이 대구는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영일만항 개항 때는 항구까지 갖게 됐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영일만항이 생긴지 3년이나 지났지만, 대구는 여전히 내륙도시다. 대구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영일만항을 이용해 수출하는 물건은 거의 없다. 대구 기업들은 여전히 부산항을 통해 수출·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컨테이너부두 4선석으로 문을 연 영일만항은 2012년 현재 일반부두 2선석을 준공했으며, 2020년까지 1조 9천955억 원을 투자해 16선석을 완공할 계획이다. 현재 5개 선사 8개 항로 13항 차의 정기항로를 개설하고 있다. 또 쌍용차와 일본의 마쓰다 자동차가 영일만항을 통해 러시아로 수출되고 있어 일본자동차 기업의 러시아 수출 전진 기지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크루즈선 입항으로 관광용 항구역할도 하고 있다.

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 최동준 대표는 “대구기업들의 수출입품은 지금까지 부산항을 통해 운반돼 왔으며, 여전히 부산항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면서 “부산항이 대구의 관문항은 아니지 않으냐. 대구의 관문은 영일만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일만항에 대한 대구의 냉소적인 시선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구는 포항을 통해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포항은 53만 명을 배후로 둘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600만 명을 배후로 두는 항구도시가 돼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상생발전을 위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구시에서 영일만항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영일만항을 수출입 물류 항구로 이용할 계획은 백지상태다. 포항영일신항만주식회사 설립 때도 경북도와 포항시는 각각 10%를 출자했지만, 대구시는 출자권유를 아예 거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 기업에 대한 영일만항의 인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산항을 고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영일만항이 클 기회를 대구가 막는 형국이다. 대구는 포항이 경북도에 있다고 해서 경쟁도시로 여겨선 안 된다. 포항을 대구의 항구로 봐야 한다.

최 대표이사는 대구가 영일만항을 이용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이익으로 △화주기업과 운송회사 등의 물류비용 절감 △일본 교토~포항을 연결하는 카페리 취항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흡수 △포항·대구간 경제 교류로 인한 시너지효과 △수출전진기지 확보 등을 들었다.

최 대표는 “대구기업들이 영일만항을 수출입을 위한 전용 항구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영일만항은 대구업체의 수출국과 대부분 항로가 개설돼 있다. 운송사나 화주에겐 수출물량뿐만 아니라 수입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더욱 좋겠지만, 영일만항을 대구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인식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이 특집 기사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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