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민중은 삶이 고단하고 답답할수록 꿈같이 찾아올 새 세상을 희구한다. 조선시대의 비결서 정감록과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사회변혁의 주인공 정 도령은 난세 때마다 나타나는 민초들의 대표적 예언이며,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정 도령으로 지칭된 인물은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역사의 신고 속에서도 꿈처럼 세계 10위권의 나라를 이룩했다. 정 도령이 한번 왔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출산률 세계최하위, 자살률 OECD국가중 1위, 빈부격차 지역격차 확대, 청년실업률 증가, 남북문제의 불안, 주변 4강의 위협적 패권화 등 성취의 짙은 그림자속에 민초들은 아직도 우울한 사회에 빠져 있다. 아직 이 시대를 희망적으로 이끌 지도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도 아니다. 민초들이 그리는 행복한 사회는 산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에 뜬 무지개와 같다. 진정한 `정 도령`이 더 그리워지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꼭 3개월 남긴 시점에 출마 여부가 불확실했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은 이제 본격적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 이른바 `빅3`후보의 각축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정치적으로는 여야의 소모적 정쟁만 일삼는 정치체제의 변혁, 경제적으로는 성장위주 부작용의 해소, 안보에서는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 외교적으로는 주변 강대국과의 새로운 관계정립 등을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능력을 가진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링에 오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미 지난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서 검증을 받았고, 이번에도 당내경선과 출마선언후 검증이 계속되는 동안 `부동의 1위`지지율을 누리기도 했다.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역시 당내 경선과정에서 만만치않은 검증을 받은 끝에 지지율 상승의 컨밴션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경선은 물론 흔한 기자회견 한번 없이 출마를 선언한 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던 박 후보를 단 며칠 사이에 따돌리고 1위로 나섰다. 2개월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할 수는 없어도 묻지마 지지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우리 대통령 선거사상 특별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해 왜 이렇게 대중적 지지가 압도적으로 몰리는 지 여러가지 분석들이 많다. 요약하면 일종의 `정 도령 현상`이라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시대적 코드를 타고 이미지화된 이인(異人)으로 승화된 뒤 마침내 정치변혁의 메시아로 변신한 것이다. 국민적 검증을 지연시키며 `정 도령`신화로 윤색돼 신비적 분위기를 한껏 누리는 안 후보에 대해 국민들은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국민이 행복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후 여러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정 도령`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이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 과연 `정 도령`의 신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일부 매스컴의 보도로는 `월 100만원 짜리 고액 과외를 받은 친구 없는 부잣집 아들`이란 점과 `BW 헐값인수와 부당이득 의혹`, 안철수 연구소 자회사 부실 떠넘기기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다. 예전 경험에 비춰볼 때 이같이 많은 의문들이 검증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늦게 등장한 안 후보에 대해 이런 검증들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더욱 궁금증을 더하고있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때 중용된 인물을 선대본부장 등 핵심에 배치한 사실이다. 또 문 후보측에서는 민주당 사람들을 빼가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가 만드는 정치세력은 민주당의 2중대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정도령`의 신비는 기존 진보좌파 세력의 도금현상으로 의심될 수도 있다.

    홍종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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