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활성화 방안
포항·경주·구미 등 지역자체 물동량 확보에도 주력
항만인입철도·고속도로 건설 등 수송망 건립 시급
기존 냉동컨테이너 시설 맞춰 냉동·냉장시설 갖춰야

▲ 항만물동량 확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항만 인근 지역의 GRDP(지역 내 총생산)으로 분석됐다. 블루밸리 등 신규 국가산업단지와 영일만 제4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시급하다. 사진은 영일만항 전경.

영일만항은 대구·경북 지역의 유일한 컨테이너 항이다. 이 때문에 국내 지역 물동량 유치에 유리하다. 또 부산항보다 러시아지역 항만까지의 해상거리가 100㎞나 가깝다. 일본 서해안과의 거리도 부산항보다 가깝다. 또 중국 동북 3성의 북한 나진항 이용도 가시화되고 있어 지리적으로 볼 때 비교우위를 갖는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과의 물동량 증대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일만항이 적정 수준의 물동량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인프라가 들어서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긴지 얼마 안 된 신생 항만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탓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만물동량 확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항만 인근 지역의 GRDP(지역 내 총생산)이다. 방파제 등 항만 부두시설과 냉동·냉장창고 등 하드웨어의 구비 여부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다. 영일만항 배후단지 조성과 항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이유다. 영일만항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 분석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
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
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
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
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영일만항의 강점

첫째, 지리점 이점이다. 영일만항은 1~2시간 이내 거리에 구미(전자), 경주(자동차부품), 포항(철강)이 있다. 세 도시산업의 수·출입 물량 중 일부만 유치하더라도 수익창출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가진 것이다.

지난해 7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제2차 전국항만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5년까지 연평균 6.9%, 2020년까지는 매년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의 우월적 지위는 부산항이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근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지역항만 처리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일만항은 컨테이너 물량이 2020년까지 연평균 19.4%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평택당진항(13.6%), 광양항(10%)보다 물동량 증가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물류수송체계다. 2014년 KTX 포항노선이 개통되고 영일만항 인입 철도가 완공되면 포항공항, KTX, 고속도로 등 육해공의 복합물류수송체계가 완성된다. 이는 물동량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배후단지다. 최근 포항 블루밸리의 연내 보상 계획 소식이 들려왔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과 동해면·장기면 일대 620만 2천758㎡에 걸쳐진 블루밸리는 포항지역의 대표 신규 국가산업단지이다. 사업비 9천926억원이 투입되며 LH가 시행을 맡고 있다. 블루밸리와 함께 영일만 제4일반산업단지, 구룡포 광남산업단지, 오천 광명산업단지 등의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기존 철강공단, 경주 자동차부품산업단지와 함께 지역 자체 물동량만으로도 자력성장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제3차 국가항만기본계획대로 영일만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과 함께 (포항)구항과 신항까지 통합해 운영하면서 국제크루즈여객선까지 취항하게 되면 종합항만으로 발전가능성도 기대해볼 만 하다.

◇항만 인프라 늘리고, 인지도 높여야

현재 영일만항은 항만의 조기 활성화와 기본 항로 확보를 위한 기초물동량 확보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생항만의 장점인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정책 등 경쟁우위 요소로 화주나 선사에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항만 배후단지 조성이 지연되면서 자체적인 항만 물동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만 배후단지의 조성 공사를 최대한 앞당겨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영일만항이 타 지역항만과 같은 여건에서 경쟁하려면 배후 산업단지와 함께 방파제와 추가 접안시설 등 핵심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후연계수송도로의 조기 건설도 영일만항으로선 시급한 과제다. 항만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항만인입철도 건설과 항만인입 고속도로 건설 등 주요 수송망이 늦어지면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중국 물동량이 창출된다 하더라도 영일만항이 이를 흡수하기가 버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인프라 구축과 수송망 구축이 더뎌지면 항만 조기활성화도 저해하고 공사단가의 상승 등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어 건설기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특히 구미지역 등 도내 물동량과 수도권 컨테이너 화물 유치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교통망 확장과 조기개통에 경북도가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영일만항이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조차 인지도가 낮아 항만 활성화가 더뎌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외국의 연구나 일본 등의 국가 항만정책수립에 언급되는 국내 항만은 대부분 부산항이다. 간혹 광양항, 울산항, 속초항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영일만항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기본계획이 지향하는 종합항만이 되려면 호텔 등 비지니스 시설 등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항만정체성 확립과 냉동·냉장시설 유치

일반적으로 `부산항`하면 국가중심허브항, `울산항`은 오일허브항을 떠올리게 한다.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의 경우 항의 특성을 내세울 정체성이 없어 향후 경쟁력 강화나 전략 수립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일만항에 대한 장기적인 시설투자는 계획돼 있지만 이런 시설 확충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물동량 정체의 장기화와 울산항·부산항 등과의 중복투자 논란으로 사업 자체가 축소 또는 취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류 창고 등 보관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각종 물류창고 등은 항만 물동량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구미지역 수출제품이 영일만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인프라 구축도 문제지만 화물차 등이 내륙운송 시 영일만항에서 실을 물량이 없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미에서 싣고 온 물건을 내려놓고 빈차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입 냉동·냉장 농수산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영일만항에는 일반 화물용 컨테이너보다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인 냉동 컨테이너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음에도 냉동·냉장시설이 없어 냉동수산물 등의 물동량 확보에 지장을 가져오고 있다. 이 때문에 대 중국·러시아와의 냉동 농수산물의 물동량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타 항만으로 물동량을 빼앗길 수도 있다. 또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등이 부산지역으로 이동 보관됐다가 다시 반입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냉동·냉장시설의 설치가 시급하다.

포항시 이종한 해양물류 담당은 “부산항과 수속절차 등을 치밀하게 비교·검토해 화주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 농수산물 통관에 필수적인 냉동창고 투자자 물색과 사업 제휴도 모색중”이라며 “물동량 유치를 위해 화주와 국외 구매자, 통관대행업체에 경비절감 등의 효과와 관련정보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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