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빈내항 피항 외국인선원 `특수`
북부해수욕장 해송림 건재 과시

▲ 포항시가 태풍 산바 피해에 대비해 모래언덕을 쌓는 등 보호 노력을 기울인 결과 북부해수욕장에 심은 해송림들이 17일 오후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포항을 강타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됐던 태풍 `산바`가 밀려갔다. 자연재해의 상흔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태풍 피해를 모면한 북부해수욕장 해송림과 동빈 부두에 피항한 외국인 선원들이 포항에 진풍경을 연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태풍 `산바(SANBA)`가 물러간 17일 오후 5시. 구항(동빈내항) 일대 거리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 다니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 해장국집에는 외국인 선원들로 가득해 때아닌 특수였다. 이들과 같은 배에서 일한다는 김모(45)씨는 주로 필리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얀마 등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의 표정은 `이제야 끝났네`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포항항 피항 어선 1천369척 중 동빈내항에는 약 650척의 배가 머물러 있었다.

김씨는 이들의 한국 경험을 한마디로 `바다`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네팔처럼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오기도 했단다. 그는 지난 4개월 반 동안 원 없이 바다를 봤다고 했다.

130일을 거의 매일 바다만 바라보고 일을 한 그에게 바다는 `낭만`일 리가 없다. 날씨가 나빠 배를 띄울 수 없는 날이 휴일일 뿐, 이들에게는 따로 휴일도 없다.

이런 영향인지 이날 동빈내항 근처 식당은 외국인 선원들로 붐볐다. 북부해수욕장도 외국인 선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조우로 식당은 이들의 수다로 시끄러웠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소주 한잔에 고향 집 부모님 생각을 달래려는 듯했다.

이들은 오늘부터 조업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매미보다 세다던 거대한 비바람이 손톱을 바짝 세워 포항을 지나갔지만, 다행히 동빈내항에는 그 흔적이 크진 않았다.

“포항시와 상인들이 북부해수욕장의 전국적인 명소화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데 한 상징이 되고 있는 해송림이 태풍 속에서 살아 남았다고 생각하니 더 큰 희망이 생깁니다.”

17일 오후 포항이 산바의 직접적 영향권을 벗어나자 포항 북부해수욕장 상가번영회 상인들은 상가의 각종 시설을 점검하면서 최근 포항시가 심은 해송림 200여 그루의 상태를 살피는 일도 빠트리지 않았다.

포항시는 지난 여름 피서철 동안 모래먼지로 부터 주변 상가를 보호하는 방풍림 역할의 해송림 200여그루를 심었다. 이번 태풍이 예보되자 시는 굴삭기들을 동원해 이들 나무가 백사장을 넘어온 해수로 인해 염해(鹽害)를 입지 않도록 주변의 모래를 쌓아 마치 언덕처럼 높이 돋우는 작업을 긴급히 벌였다. 또 그동안 강풍에 넘어지지 않도록 대나무로 서로 지지해 놓았지만 태풍의 규모에 대한 예보가 이어지자 가지가 넓고 고사 기미를 보이고 있는 소나무 10여 그루를 아예 베어냈다.

포항시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17일 오후 해송림은 강풍은 물론 만조 시 우려됐던 해일 피해도 전혀 발생하지 않아 육안 상으로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진택 상가번영회 부회장은 “시민과 포항시의 관심에 부응해 상인들이 더욱 노력하는 한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임재현·김상현기자

    임재현·김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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