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활성화 방안
포스코·현대그룹, 훈춘국제물류단지 150만㎡ 부지에 오늘 착공
인근 국가의 기술력 등 활용… 동북아 산업·무역 중심지로 육성

▲ 지난달 초 찾은 훈춘시는 훈춘국제합작시범구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달 7일 훈춘시내 곳곳에서 `중국 두만강지역 훈춘국제합작시범구 비준 획득을 열렬히 경축`이라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은 훈춘시 국가세무국 건물에 걸린 현수막.

△ 훈춘 포스코·현대 물류단지 착공

2012년 9월10일 오전 9시18분, 중국 길림성 훈춘에서 한중 경제교류사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포스코와 현대가 중국 연변 조선자치주인 훈춘에 국제물류단지를 짓는 첫 삽을 뜨는 것. 착공식에는 정준양 포스코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규형 주중한국대사 등이 참석한다. 중국에서는 손정재(쑨정차이) 길림성 당 서기, 왕유림(왕루린) 성장, 김춘산 훈춘시장 등이 참석한다.

훈춘국제물류단지가 들어설 부지는 지금은 땅만 덩그러니 있는 허허벌판이다. 하지만,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하는 국제물류단지와 인구 20만 도시, 훈춘이 10년 후 어떻게 변할지, 어떤 역할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훈춘은 중국이 동해로 통하는 뱃길 가동을 위해 부두사용권을 확보한 북한 나진항과 북·중이 공동 개발키로 하고 지난해 6월 착공한 나선특구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중국의 관문도시다.

총 150만㎡(약 45만평)의 부지에 조성되는 훈춘 국제물류단지는 오는 2014년 완공 예정이며, 1천994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포스코가 80%, 현대그룹이 20%의 지분을 가진 훈춘 물류단지에는 광물자원, 자동차, 컨테이너 등을 환적 할 야적장과 보관·가공·포장·통관 기능을 갖춘 창고, 집배송 시설 등 각종 물류시설이 들어선다.

글 싣는 순서
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
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
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
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
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 훈춘 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의 역할

훈춘국제합작시범구 프로젝트는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개방선도구 개발사업과 함께 중국 정가에서는 미래 지도자로 꼽히는 손정재(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맞춰 포스코는 중국으로부터 사업권을 얻어냈다. 포스코는 2010년 지린성 정부와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개방선도구 개발사업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참여 및 훈춘 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기본협약과 사업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4월 훈춘시 정부와 물류단지 합작개발협약, 9월 영업허가를 취득했다.

포스코가 중국으로부터 취득한 사업기간은 50년이다. 2014년 말 1단계 건설을 마칠 계획이며, 2017년 2단계 건설을 거쳐, 2020년에 3단계 건설까지 완료된다. 1단계에는 약 30만㎡(약 9만평)의 부지에 일반창고, 항온항습창고, 저온창고, CFS(컨테이너화물집화소) 등을 건설한다.

본격적인 운영은 2014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 원정리에서 나진항까지의 50km에 이르는 고속도로가 완공된 상태다. 훈춘물류기지에서 출발한 동북지역의 화물들은 나진항으로 옮겨져 상해 등으로 운송된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나진항을 통해 동북지역의 화물이 한국으로 갈 수 있으며, 반대로 한국의 화물이 북한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훈춘에는 이미 포스코가 물류단지를 선점한 상태이기에 중국의 물류기지가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다.

훈춘국제물류단지는 훈춘국제합작시범구 내에 위치하게 된다. 훈춘국제합작시범구는 중국이 국제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재정 및 세제, 자금, 통관, 토지, 금융관련 지원책을 마련해 중국 내·외 기업을 유치할 목적으로 건설된다. 전체면적은 9천만㎡(약 2천700만평)이다. 중국이 미래 물류 허브 중심으로서의 훈춘에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시범구는 훈춘국제물류단지와 훈춘국경경제합작구, 훈춘국제물류개발원구로 구성된다. 국경경제합작구는 7천300만㎡(약 2천200만평)의 면적에 건설된다. 중국은 국제경제합작구를 동북아 산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중국과 인근 국가의 자본, 노동력, 기술력을 활용해 자동차부품, 바이오, 의류, 목재가공, 수산물가공 등 7대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훈춘국제물류단지의 역할은 △길림성·흑룡강성의 물류거점 △가공연계 물류거점 △수출입기지 등 크게 세 가지다. 중국 내 물류거점 기능은 중국 내 생산소비재를 훈춘시 인근 지역에 공급하고, 훈춘시 인근 지역 특화 생산품을 중국 내 다른 소비지역으로 공급하는 역할이다. 가공연계 물류거점 기능은 원자재를 훈춘 국제물류단지에 집화 후 인근 가공업체에서 가공한 뒤, 북한을 거쳐 중국 남부연안 지역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수출입기지 역할은 기존 대련항을 통해 운송되는 수출입 물류를 흡수해 수출물품은 한국, 일본, 미국 등에 수출하고 수입물품은 중국 동북지역에 공급하는 기능이다.

훈춘 국제물류단지의 강점은 물류비와 물류시간에 있다. 포스코는 하얼빈~상해 구간을 나진항을 이용하면 t당 450위안(한화 약 8만원)의 물류비가 들어, 육상운송 시 t당 1천465위안(한화 약 26만원), 대련항을 이용할 때 t당 605위안(한화 10만9천원)보다 각각 70%, 15%가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하얼빈~상해 구간을 트럭을 이용하면 15일, 대련항을 이용할 때 7일이 걸리는 데 비해 훈춘국제물류단지에서 나진항을 통하면 4일이면 운송을 마칠 수 있어 물류시간에서도 우위를 가지고 있다.

△북한 경제행보과 남북관계도 관심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지난달 15일 길림성 장춘시에서 쑨정차이 길림성 당 서기 등을 만나며 `경제행보`에 속도를 올렸다. 양국은 나선경제무역구 공동개발을 위한 공동관리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장성택의 중국 동선은 온통 `경제`에 맞춰져 있었다. 출범 반년을 넘긴 김정은 정권의 최대 화두가 무엇인지, 장성택이 중국 방문을 통해 얻어가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나선 지구는 선진 제조업 및 물류 기지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공단 건설은 물론 경제기술과 농업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양국은 나선 지구에 대한 전기공급에도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영일만항이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북·중 경제협력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의 기틀을 닦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동북 3성의 추정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400만 개에 이르나 대부분 평균 900㎞나 떨어진 대련항을 이용 중이다. 앞으로 이 지역의 물동량 일부는 나진항을 통해 반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북 관계가 호전되거나 중국이 확보한 나진항 부두운영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영일만항이 중국의 물동량을 유치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얼빈 주재 국내 한 무역상사 대표는 “기존 상해 등 남방에서 생산되던 흑연이 고갈돼 흑연을 가공하는 공장이 새로운 흑연을 찾아 하얼빈 인근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국내에도 휴대전화 배터리 등 흑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나진항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만 좋아진다면 포항으로선 중국 흑연 수입과 함께 국내 가공품 수출로 항로 개설에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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