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배트맨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케이블 영화채널에서는 배트맨 전작들이 계속 방영되고 필자는 바로 전작인`배트맨 다크 나이트`를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다. 이 영화에서 악당 조커는 강 한가운데 죄수들만 탄 배와 부자들만이 승선한 배에 각각 상대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제를 넣어두고 살고 싶으면 먼저 기폭제의 버튼을 누르라고 위협한다. 그러면서 밤 12시까지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조커 자신이 두 배를 모두 폭파시키겠다고 선언한다. 조커가 경제학을 배웠을리는 만무하지만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를 기가 막히게 자신의 범행에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양쪽 승선자들 모두 이기심을 버리고 공동선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면서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배트맨이 모든 승선자들을 안전하게 구조하자 조커는 크게 실망한다.

경제학이란 다른 사회과학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주류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으며 합리적인 선택으로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해 이기심을 실현한다. 심지어 시카고학파인 게리 베커 박사는 결혼, 자녀출산 등과 같은 가정사 또한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태경제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주류경제학 주장의 흠결을 지적한다. 행태경제학이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행함에 있어 행동의 배경이 되는 원인을 분석하고 행동의 사례들을 축적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인간의 본성을 밝히고자 하는 학문이다. 행태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때로는 처한 배경과 심리적 요인에 따라 비합리적인 선택할 수도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또한 판단을 주먹구구식으로 하기도 하고 그 판단이 오랜기간 동안 편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은 공동선을 추구하기도 하며 때로는 선택지가 공정성에 위배된다면 기꺼이 자신의 선택권을 버리기도 한다. 행태경제학은 공공정책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인간의 또다른 면을 고려하지 못한 주류경제학에 기반한 공공정책들은 때로는 실패하고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사회를 인도할 수 있으나 행태경제학을 통해 정책에 따른 국민들의 예상가능한 행동들을 분석함으로써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다른 악당들에 비해 가장 무계획적이고 인간의 여러 본성을 보여주었던 조커는 어찌보면 행태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인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조커 자신이 주류경제학 이론을 빌려 범행을 저지르다가 실패하는 장면은 상당히 흥미롭다.

/권지호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역

    권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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