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제언, 전문가에게 듣는다

▲ 소기홍 대통령 소속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지난해 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을 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핵심 아이디어는 `상생협력`이라는 이념을 강화해야 현재의 자본주의가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생협력은 계층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에 그치지 않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지역간 상생협력은 정부의 정책방향 측면에서 다음 두 가지로 구체화될 수 있다.

첫째, 지역간 공동사업 내지는 동업을 통해서다.

최근까지 각 지역들은 특구, 교통 노선, 미래산업, 복합단지, 공원 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치른 바 있다. 또, 한 지역에서 돈 좀 번다 싶으면, 서로 베끼려고 법석을 떨었다. 현재도 공항이다, 물이다, 인증센터다, 케이블카다 하며 지자체 사이에 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체험관, 문화관, 전시관, 문학관, 공설운동장, 복지회관 등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시설들이 널려 있다.

지역간 출혈 경쟁 문제, 과잉 투자 문제를 푸는 해법으로 해당 지자체들이 서로 돈과 역량을 합쳐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다가 결국 모두가 레드오션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힘을 합쳐 더 큰 이익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둘째, 지역간 발전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에 있어서, 소위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과신했다. 수도권의 이익이 다른 지역으로 넘쳐 혜택을 같이 누릴 수 있다고 믿고, 민간은 물론 정부마저도 수도권을 비롯 비용 편익 분석에서 우위에 있는 지역에 재정 투입을 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낙수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낙수효과에 비해 지역간 양극화 경향은 너무 컸다.

세금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비수도권 지역 몫으로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 세금마저도 비용 편익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다시 수도권이 가져가 버린다면, 상생의 사회는 영원히 멀어질 것이다.

정부는 재작년부터 성인지 예산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정부재정 사업부터 양성 평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같은 취지로 이제는 가칭 `취약지역 인지 예산`과 같은 제도를 구상해 봐야한다.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배분되는지, 지역간 상생 차원의 배려가 충분한 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투자는 경제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민간 부문 투자와는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 상생을 또 하나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 취약한 지역에 정부 재원을 집중하여야 한다.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주주(shareholder)처럼 이익을 공유하는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소기홍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전주고, 서울대 영어교육, 행정고시 27회,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재정개혁총괄과장, 기획재정부 예산실 심의관,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