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본의 최고 통치권자로서 7년간 군정책임을 맡았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일찍이 “일본인의 정신적 연령은 열두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인들만 모인 자리에서 보도 않는 조건으로 말한 것이 새어나와 일본인들의 격렬한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일시적으로 이 말 때문에 일본인들의 비난은 받았지만 인기에 크게 손상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아르헨티나의 대사를 역임했던 일본 외교관 가와사끼 이찌로의 평가다. `일본을 벗긴다`는 그의 저서에서 일본인들은 맥아더 장군을 하나의 정복자로 보기 보다는 잊지 못할 은인으로 대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와사끼는 맥아더의 이같은 평가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그 이유의 하나로 후지산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들고 있다. 일본인은 후지산이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산일 것으로 생각하고,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후지산을 가봤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후지산보다 못잖거나 더 장엄한 산들이 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까닭에 그런 인식을 갖는다고 했다. 가와사끼는 이같은 인식이 일본인의 어리고 어리석은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았다.

일본인의 이같이 유치한 생각은 현안문제가 되고 있는 한일간의 갈등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8·15광복절을 전후해서 불거진 일본 정부의 국방백서에 이은 외교백서의 독도영유권 주장 등에 대한 대응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의 우리 독립운동가에 대한 사과요구, 일본군 성노예문제에 대한 사과와 보상요구 등에 대한 일본정부의 격렬한 반응이 그것이다. 일본정부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할 요건이 없는데도 국제사법제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하고,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고, 이 대통령의 일왕(日王)사과 요구발언을 “무례하다”고 반발하며 다른 보복조치를 운운하는 등 어린애 같은 생트집을 잡는 것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다.

일본의 이같은 태도는 후지산을 세계 최고의 산으로 여기는 것 같은 유치한 자만심의 발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2차대전의 패전으로 신처럼 받들었던 일왕이 맥아더 장군에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렸고, 새로운 헌법과 함께 일왕 스스로 인간선언을 했던 사실을 잊었는지 아직 10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신격화의 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아시아의 2천만 민중을 살륙하고, 우리 독립지사에게 갖은 만행을 일삼았던 일본제국주의의 최고 책임자 일왕은 아직 우리에게 한 번도 사과한 일이 없다. 그에게 사과하라는 말조차 무례하다고 반발하는 저들은 과연 정상적인 인간인가. 일왕만이 신성하고 최고라고 여기는 일본정부의 총리를 비롯한 지도부는 후지산만을 세계 최고로 보는 어린애의 정신연령과 무엇이 다를까. 아니 어린애의 미숙은 그래도 나은 편이고, 사이코패스와 같은 인격도착자들이 아닐까.

2차대전의 패배는 한마디로 제국주의와 파쇼독재의 패배였다. 그것은 동시에 평화와 민주와 약소국의 해방이 승리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아직 일본은 제국주의 시대에 저질렀던 한국여성에 대한 성노예강요, 강제징용 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침략초기에 강제수탈의 대상으로 삼았던 독도를 지금도 자신들의 영토로 탈취하기 위한 야욕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고, 일본 군국주의의 최고 책임자 일왕은 한국민에게 저지른 이 모든 만행과 가해행위를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일본이 마음속으로 2차대전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평화와 민주와 약소국 해방의 정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패전일 8월15일 무렵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사과 요구, 중국인들의 댜오위다오(센가쿠) 상륙, 러시아 군함의 쿠릴열도 순방과 그에 앞선 미국의 성노예 사과요구 결의 등은 일본의 그러한 시대착오적 치기에 대한 주변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인들로부터 정신연령 미숙의 왕따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한 번 패전의 참상을 상기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