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시진핑, 유엔 역할 강화만 강조
中 매체 “시리아 사태 외부 간섭으로 정권 교체 안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중국 수뇌부 설득에도 중국은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서방이 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바꿀 기미가 없어 보인다.

반 총장은 방중 이틀째인 18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그리고 양제츠 외교부장과 만나 서방의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라고 촉구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후 주석과 시 부주석은 반 총장과 가진 별도의 회견에서 중국은 유엔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는데 치중하면서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후 주석이 반 총장에게 “중국은 국제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유엔이 국제 이슈 해결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그러나 해당 보도에서 시리아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부주석도 세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해 유엔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부주석은 그러면서 유엔은 각국 인민의 선택과 주권을 바탕으로 세계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부주석의 이런 언급은 시리아 사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외부의 무력 개입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때문인지 반 총장은 후 주석과 시 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에둘러 아쉬움을 표시했다.

반 총장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시리아 상황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를 설명하고 그와 관련해 인식을 나눴다”면서 “(중국을 포함해 5개국이 거부권을 가진) 안전보장이사회는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단일 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는 시리아의 동맹 격인 러시아가 이미 서방이 지원하는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에 대해 거부권 행사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고 중국 역시 그와 같은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 수뇌부는 물론 외교부 등의 정부 기관은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 표결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견해 표시를 하지 않고 있으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포함한 중국 내 언론 매체들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외부 간섭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서방과 분명한 선긋기를 하라고 요구 중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 유엔본부 현지시간으로 18일로 예정됐던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 표결이 하루 연기됐다. 안보리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방과 러시아가 각각 제출한 대(對) 시리아 결의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서방의 결의안은 유엔 휴전감시단의 활동기간을 45일 연장하는 대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코피 아난 유엔 및 아랍연맹(AU) 공동특사가 제안한 중재안의 이행을 거부할 때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반 총장은 19일 베이징(北京)에서의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서 귀로에 오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