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출신, 농어촌담당위원회 자리다툼 치열
공사발주 등 읍·면장 재량사업까지 개입하기도

지방의회나 국회나 예산문제만큼은 비슷하다. 내 지역 관련 예산이 항상 우선이다. 전체적인 균형발전보다는 내 지역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지방의회 긴급 진단

⑴돈선거 파문 빙산의 일각

⑵의장단 선거방식 개선돼야

⑶견제와 감시 기능 상실

⑷비례대표 나눠먹기식 전락

⑸예산편성 내것부터 우선

그나마 정부는 균형발전을 판단할 정책기능이 있지만 지자체는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담합하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의회의 고유기능인 견제와 감시가 중요함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내 지역구 예산을 더 챙기려하는 의원들의 급한 마음은 일단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출직 의원이라는 측면에서 지역민들의 관심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초의원들은 소소한 마을 안길포장 예산까지 챙기려 든다. 광역의회와는 다른 모습이다. 광역의회 의원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지역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예산(풀예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초의원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초의회의 경우 농어촌을 담당하는 해당위원회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도농복합도시인 포항시의회도 지난 후반기 새롭게 신설된 경제산업위원회를 희망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대부분 읍·면출신 의원들이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위원장 선거도 결선투표까지 이어지는 등 치열하게 치러졌다. 일부 의원은 위원장에 출마하면 자신이 원하는 위원회에 우선권을 주는 관례를 이용하는 폐단도 낳았다. 위원회를 배정받고 싶어 위원장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은 왜 도시지역 의원들에 비해 경제산업위원회를 선호할까. 먼저 농어촌 관련예산을 직접 다루기 때문이다.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의 경우 7명 가운데 비례대표 1명을 제외하고 6명이 읍·면출신이다. 동지역은 한명도 없다. 비례대표 1명도 사실은 읍·면지역 출신이다. 결국 7명 모두 읍면 출신이라고 보면된다. 이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해당지역 농어민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예산규모는 크지 않아도 타 지역에 반영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이는 직접 표로 연결되기도 한다. 균형발전보다는 내 지역만 잘되면 된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도농복합도시인 포항의 경우 도시지역은 사업자체가 인근 지역과의 연계성이 불가피해 상대적으로 균형발전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구로 나눠져 있는 지역특성상 남·북구의 균형발전 예산확보는 포항시의회에 잠재해 있는 걸림돌이다.

내 지역 예산부터 챙기려는 것도 문제지만 한술 더 떠 공사발주에 관여하면서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부 읍·면장 등의 재량사업에도 지방의원이 관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정이 경북지역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비슷비슷하다는데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의원들이 예산 심의권을 활용해 내 지역구 예산확보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은 지방자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것.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예산문제만큼은 아직도 초창기와 별차이가 없다. 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해야만 하는 선출직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나아갈 방향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성년을 맞은 지방의회가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다. <끝>/이준택기자 jt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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