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주석 아들 하이펑 中 보안장비 시장 90% 장악
FT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친족 국가권력에 기생”
수년간 부정부패로 빈부격차 심화… 사회 불만 누적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최고 지도부 가족들이 정부 산하 독점기업들의 요직을 차지한 채 부를 축적,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 시진핑(習近平) 차기 주석 후보, 허궈창(賀國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周永康) 정법위원회 서기, 리장춘(李長春)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권력 최고 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중 8명의 가족이 국가권력에 기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직무를 맡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깨끗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권력을 이용해 뒤에서 이익을 챙기며 중국 역사상 최악의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권력 서열 7위로 차기 총리 후보인 리커창(李克强)은 정치국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문에 따르면 권력 서열 1위인 후 주석의 아들 하이펑(海峰)은 중국 보안장비 시장의 90%를 장악한 국영 독점기업 등 21개 회사를 거느린 대그룹의 전 대표다. 그의 회사는 유럽연합(EU)과 나미비아,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받기도 했다.

후 주석의 딸 하이칭(海淸)은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시나닷컴 최고경영자(CEO)인 대니얼 마오의 부인이다. 2003년 기준 마오의 재산은 3천500만~6천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그의 다른 많은 친인척도 철강, 자산운용, 여행사 등 많은 사업에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열 2위인 우 상무위원장은 형 방제(邦杰)와 동생 방성(邦勝)이 각각 상하이(上海)의 대형투자회사 회장과 부동산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 형제는 이 밖에도 상하이에서 금융과 에너지, 부동산 등과 관련해 여러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 위원장의 사위 펑사오둥(馮紹東)은 중국광둥핵산업투자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서열 3위인 원 총리는 평소 친서민 이미지를 굳혔지만 실제로는 다른 모습이다. 아들인 윈쑹(雲松)은 아시아 최대 위성통신사로 꼽히는 중국위성통신그룹 회장이고 부인 장베이리(張培莉)는 국가보석훈련센터장, 보석거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는 중국 보석시장의 실세다.

또 서열 4위인 자칭린 정협 주석은 2000년 부인과 함께 중국 최대 밀수 사건인 `위안화 그룹`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다 결국 이혼했다. 그의 아들과 사위는 해외 도피 중이다.

서열 5위로 중국 미디어를 관장하는 리장춘 위원은 딸과 아들이 각각 중국은행의 해외 미디어투자 담당 대표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어 서열 6위인 시 부주석은 가족들의 재산 총액이 3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에 보도된 바 있다. 큰 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는 시가 17억달러 상당의 중국 희토류 관련 기업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으며 딸 밍쩌(明澤)는 2010년 가명으로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열 8위 허 상무위원은 동생이 대형 국유기업의 부대표이고 서열 9위인 저우 서기는 아들이 중국 석유산업의 실세로 각종 거래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중국에 정통한 인사들은 이에 대해 중국인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며 중앙정부 산하기관과 지방정부, 국유기업 등 아래로 내려갈수록 부정부패가 더 심하다면서 지난 수년간 지도층의 부정부패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하면서 사회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 후 중국 정부가 시중에 풀었던 1천조원 이상의 대규모 경기부양 자금들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돌아가기보다 일부 특권층으로 집중됐다는 관측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지도층의 부정부패에 대한 최근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한계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부정부패 척결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사회발전이 더뎌지고 경제성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서방 언론들은 이를 `권력과 자본주의에 기생하는 공산주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서방 국가의 주요 기업들은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진출할 때 권력 실세의 가족들과 관계를 맺는데 온 힘을 기울이며 부정부패에 공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친인척들이 관련돼 있어 단기간에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