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서 바라 본 엑스포 상징건물의 웅장함이란…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내게 들려 주고파 전화를 걸어/뭐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여수 밤바다….”

요사이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는 노래중에 하나인 여수를 주제로 한 노래이다. 지금 여수는 2012년 해양엑스포가 열리고 있어 도시가 시끌벅적 하다. 전국의 많은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루는 요즘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지는 노래다 싶다. 얼마전 가 보았던 곳이라 느낌이 더 친근한 것일까. 노래 가사처럼 여수 밤바다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 포항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다. 거친 동해의 바다에 비해 호수같은 잔잔한 바다. 노을 질 때의 바다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돌산 끝자락의 금오산 향일암과 동백꽃의 오동도가 눈에 선하다. 지난 여행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여행의 목적지는 금오산의 향일암과 오동도였다.

시원한 남해고속도를 타고 가다 광양에서 순천을 지나 여수시에 들어와 돌산대교를 건너 바로 대교밑에 즐비한 횟집에 우선 들렀다. 1984년에 완공되어 돌산과 여수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돌산대교는 교각에 비해 굉장히 높게 지어진 다리이다. 다리 아래로 조류가 빠르고, 여수항과 석유화학 공단을 출입하는 대형선박들을 위해 수면에서부터 20m의 높이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점심으로 작은 회 한접시를 시켜놓고 바다건너 여수항을 바라본다. 약간은 작지만 이국적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역시 사람들이 많았다. 몇장의 스케치를 하면서 회 한접시를 뚝딱 해치우고 다시 금오산으로 향했다. 여수는 갓김치가 유명한 곳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이곳 금오산이 본 고향인듯 갓김치 파는 곳이 즐비하였다. 저녁에 먹을 요량으로 소(小)자 하나 구입하여 돌산 끝까지 왔다고 여겨지는 순간, 이곳이 금오산이란다.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예쁜 펜션 하나를 먼저 잡았다. 오늘은 여기서 1박을 할 작정이므로 좀 늦으면 방이 없을것이 뻔하다 싶어 방부터 구했다.

이곳 금오산에는 유명한 사찰이 하나 있다. 향일암이 그 곳이다. 향일암, `해를 바라본다'고 해서 붙여진 사찰이라고 한다는데, 사람들은 `해를 머금고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고 한다.

`해를 머금고 있는 사찰' 향일암
291개 계단의 고통 뒤 큰 선물

 

몇해전 일출 행사때 화재로 인해 사찰 곳곳이 유실됐다고 크게 언론에 대서 특필된 곳이기도 하다.

향일암을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다. 길가 양쪽으로는 돌산 갓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식당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언덕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향일암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후 향일암 암자까지 가는 거리는 짧지만 계단이 장난이 아니다. 평길이라 해서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경사도가 꽤높다.

금오산 향일암이라 적힌 일주문, 향일암을 지키는 대문역할을 함과 동시에 동쪽을 쳐다보고 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정확히 291개라고 하는데 숨이 차서 세어볼 수가 없다.

한참 올라가다 이 길을 지나 몇개의 계단만 더 오르면 그 유명한 바위틈 길이 보인다. 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의 돌틈 사이로 작은 공간이 보이는데 바로 바위굴인 반야굴과 해탈문이다. 그 공간이 어찌나 좁은지 요새 배가 더 나온 탓인지 정말 지나가기가 불편할 정도지만 재미있는 길이다. 가파른 계단을 몇단 올라가다보면 시야가 확 밝아지며 바다가 나타나는데, 그곳에 서서 밑으로 내려다보면 유명한 거북이 머리 같이 보이는 섬의 형상이 보인다. 그리고 저멀리 오밀조밀 작은 섬들이 여수의 정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향일암은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도 멋진 사찰이지만 사실 더 유명한 건 향일암의 일출이라고 하는데, 매년 새해 첫날이면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이 때는 향일암을 방문한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죽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하니 엄두도 못내겠다. 아무튼 향일암은 신라 선덕 여왕때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전해지고 있으며 창건 당시에는 원통암이라 불려지기도 했고, 현재의 향일암이라는 이름은 조선 숙종 41년 인묵대사에 의해 전해진 이름이라 한다.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한번 기도하고 다시 내려오니 날이 어둑해 졌다. 숙소 뒷마당에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가 있어 그곳에서 라면 몇 개를 끓여 갓김치랑 먹으며 밤바다를 바라보니 이것이 바로 그 노래가사에 나오는 `여수 밤바다'다 싶었다.

오동도 제방둑길 걷는 재미 솔솔
색다른 밤바다 정취도 가슴 설레

 

다음날 아침, 어제 먹은 숙취가 아직 깨지 않아, 얼얼 한 채로 여수로 다시 나와 오동도로 향했다.

한참 여수해양엑스포 준비가 막바지였던 탓에 주변이 어수선했지만 금방 도착한 느낌이었다.

요즘은 오동도까지 도로가 생겨 자동차로 갈 수는 있지만 옛날에는 이 곳이 섬이었다고 한다. 일반차는 들어갈수가 없고 매번 여러대 달린 왕복 버스가 있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제방 둑길을 걸어 들어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걸어서 섬에 도착하면 두 갈래 길이 보이는데 화장실 옆 길을 선택하여 올라가 보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몇 년전 싱가포르 쥬롱새 공원이 생각났다. 명물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백나무꽃이 울창한 사이로 이름모를 새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몇몇 대나무랑, 동백나무들로 만들어내는 이벤트 터널속을 걷다보니 그냥 섬을 한바퀴 돌게 되며 어느새 다시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오동도에서 바라보는 엑스포의 상징건물이 웅장함으로 다가온다. 야경이 잘 어울릴것 같은 느낌이 들어 1박을 더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하질 않았다. 지금 생각 해보면 오늘도 오동도에서는 `여수 밤바다' 노래를 들으며 많은 연인들이 사랑 고백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사랑이 식어가는 연인들에게 여수의 밤바다를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