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룡사지전시관 건립부지내 원지(苑池)유적에서 출토된 벽돌의 연꽃문양.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윤광진)는 경주 분황사 동편 외곽의 ‘황룡사지 전시관’ 건립부지내 유적에 대한 발굴과정(1999년 11월 착수)에서 지난 2001년 그 일부가 확인된 바 있는 ‘원지’유적에 대해 최근까지 발굴조사를 실시, 원지(苑池)의 규모와 축조방법, 관련 시설 등 ‘원지’유적의 전반적인 조사성과를 5일 지도위원회를 통해 발표한다.

이번 발굴은 신라시대 호국사찰의 대표격인 황룡사지와 신라왕경 구조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진중인 ‘황룡사지 전시관’ 건립계획에 따른 사전조사로 지난 99년 11월부터 올해 2월 현재까지 실시됐고 부지 7천400여평 중 4천500평 지역에서 유구가 분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발굴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적이 분포하는 지역은 자연지형의 고저(南高北低)에 따라 원지를 조성키 위한 축대를 중심으로 남쪽은 자연풍화토 위에 청동기시대 주거지, 폐와(廢瓦)무지, ‘원지’ 관련 전각(殿閣) 등 건물부지가 남아 있었고 북쪽은 북천(北川)의 하상퇴적토(河床堆積土, 1.5~5m) 위에 원지, 배수로, 건물지 등이 조성돼 부지를 활용하는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 조사된 유구에는 2개의 인공섬을 갖는 원지를 중심으로 축대, 계단, 입·출수구, 수로, 전각부지, 담장, 육각형유구 등 다양한 정원부대시설과 ‘원지’담장 외곽 북서편에서 대·소형 건물지, 우물, 보도, 담장 등 생활공간시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지’는 동북쪽의 모서리가 줄어든 장방형으로 남북 46.3m, 동서 26.1m 둘레길이 193m, 면적 1천49㎡(약 317평)이며, 2개의 섬과 서편에 ‘Γ’형 돌출부를 갖고 있고 규모면에서 안압지의 1/15 정도다. 2개의 섬은 크기와 축조방법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남쪽 작은 섬은 평면상 방형에 가까우며 둘레 43m, 면적 118㎡(36평)로 연못부지를 굴착한 후 성토과정을 통해 축조됐으며 북쪽의 큰 섬은 평면상 부정형으로 둘레 70m, 면적 301㎡(91평)로 원지반을 이용히 물이 담수되는 지역만을 굴토한 후 축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원지’에 대한 정밀조사에서 원지 호안(湖岸) 석축의 천석(川石)을 이용한 바른층 쌓기와 천석 및 할석(割石)을 이용한 허튼층 쌓기로 대별되는 축조양상과 배수로 유구 아래에서 또 다른 수로 유구와 선후가 구별되는 2개의 축대가 확인됨으로써 동 ‘원지’유적은 최소 1회 이상의 획기적인 변형 또는 대대적인 보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출토된 유물은 와전류(瓦塼類), 토·자기류, 금속류 등 1천330여 점이며 특별히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솜씨가 돋보이는 문양을 가진 기와와 벽돌, 중국제 자기, 금동판보살좌상, 금동신장상, 생동감있는 오리와 학, 그리고 여러가지 문양을 빈틈없이 채운 압수배(오리머리손잡이 잔) 등이 출토돼 유적의 ‘격’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 유적은 신라왕경내에서 안압지, 용강동원지에 이어 세 번째로 확인된 ‘정원’유적으로 신라 정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안압지가 왕궁의 정원이었다면 동 유적은 신라 왕실 사찰이었던 분황사와 관련이 깊은 정원일 가능성도 있어 신라사원건축 연구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김성웅기자 sukim@kb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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