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로 어느때보다 추운 설 명절을 맞은 귀성객들의 표정은 고향을 찾은 설렘보다는 경제난에 따른 ‘마음속의 한파’로 매우 경직돼 있었다.

가족 친지들과 차례를 지낸 뒤 웃어른께 세배를 하고 덕담을 주고 받던 정겨운 모습은 잠시 접어둔 채 심각한 경제난과 물가인상, 청년실업을 화두로 삼았다.

지난 21일 경북 영덕의 고향마을을 찾은 김모씨(45·경남 창원)는 “새해 벽두부터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흔들리고 있다”며 “극도의 경제난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온 서민들 입장에서 교통요금, 상하수도요금 등 생활 물가는 물론 고교와 대학 등록금마저 줄줄이 오른다고 하니 어떻게 감당할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또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포항에 귀향한 이모씨(28)는 “1년동안 채용시장을 주시했지만 기업의 신규채용이 거의 없어 이력서를 제출할 만한 곳이 없었다”며 의.한의대 편입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제난과 실업에 따른 한숨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이어졌다.

안동의 큰 집에서 차례를 지낸 최모씨(41·대구시 수성구)는 “오락가락하는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과 올 총선만 염두에둔 정치권의 기싸움으로 서민들만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싸움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 봄에 치러질 제 17대 총선도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영주의 고향집을 찾은 강모씨(49·대구시 북구)는 “이번 총선에 누구누구가 출마를 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부터 새로운 인물로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며 “벌써부터 시골에서는 총선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향을 찾은 자식들을 맞이한 노부모의 심정 또한 착찹했다.

2남2녀를 출가시킨 경주의 권모씨(65)는 “빡빡한 세상살이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럴수록 가족 친지간의 정, 선후배 동료간의 신의를 지키려고 부단히 애써야 한다”는 충고로 자녀들을 다독였다.

/최성윤기자 sychoi@kbn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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