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 소수자·인권단체` 환영… 보수주의자 비난
대선 6개월 앞두고 이득 or 손해 미지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갑작스레 동성커플 결혼의 합법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기 불과 몇 시간 전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30번째 주가 됐다.

이 문제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폭발력 있는, 그리고 여론과 합법·금지 노력을 깊이 둘로 갈라놓는 사회적 이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 미묘한 사안에 대해 한쪽 편을 듦으로써 이득을 볼지, 손해를 볼지는 현재로는 미지수다.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로 불리는 성(性) 소수자 인권단체 등은 일제히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했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재빨리 그의 입장을 비난했다.

그와 대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점쳐지는 공화당 경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나는 주지사 시절 여러 차례 밝혔던 것과 똑같은 결혼관을 갖고 있다.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라고 믿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주별로 동성 간 결합에 대해서는 병원 방문 권리 등 각종 혜택을 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안다. 이것은 많은 다른 이슈처럼 조심스럽고 미묘한 화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말끝마다 결혼 자체에 대한 자신의 신념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전체적으로 볼 때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거나 금지하는 주(州)는 패턴 없이 들쭉날쭉하고 대부분의 주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 문제로 오바마와 롬니 가운데 누가 더 많은 표를 얻을지 관심사다.

동성결혼과 관련한 미국 법률은 혼인보호법(DOMA, Defense of Marriage Act)으로, 미국 내 동성결혼 부부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1996년 의회를 통과한 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됐으며 일부 주에서 합법적으로 결합한 동성결혼 부부에게 1천개가 넘는 연방정부 차원의 각종 혜택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은 DOMA가 헌법에 어긋난다면서 법 효력은 지속되겠지만 사법적으로 옹호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반면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하원은 이 법을 두둔하고 있다.

연방 법은 여전히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하고 있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것이냐는 50개 주가 제각각 알아서 정하도록 넘겨진 상태이고, 결과적으로 주 차원에서만 인정된다.

2004년 이래 코네티컷,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욕, 버몬트 6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DC만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워싱턴·메릴랜드주는 투표만 통과한 채 발효되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동성결혼이 약 넉 달 반 동안 허용돼 일부 유명 인사를 포함해 수천 커플이 결혼 서약을 했으나 법이 또 뒤집히면서 아직 법적으로 어정쩡한 상태다.

뉴저지주도 주민들은 동성결혼에 찬성했으나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고, 메인주에서는 동성애 인권 그룹이 11월 주민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또 다른 8개 주는 동성 간 시민 결합(same-sex civil union)을 인정한다.

지난달 말 나온 퓨리서치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01년 60%였던 `반대` 응답자는 이번 조사에서 43%로 줄어든 반면 `찬성` 응답자는 같은 기간 35%에서 47%로 늘었다.

지난 8일 갤럽 조사에서는 50%의 미국인이 동성결혼이 미국에서 합법화돼야 한다고 했고, 43%는 반대했다.

같은 날 실시된 노스캐롤라이나 투표에서는 동성결혼과 시민 결합 등을 금지하는 주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률이 61%로, 반대(39%)를 크게 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