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살로메 소설가
4월23일은 책의 날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 증진을 위해 정한 이 날의 공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스페인의 한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축제를 기념하고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을 기린 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 날을 맞아 우리 지역에서도 2012 원북(One Book) 원포항 선포 및 독서릴레이 행사가 있었다. 포항시에서 마련한 책 잔치 덕에 실개천 상가 주변은 때 아닌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올해의 포항시 원북으로 선정된 `종이책 읽기를 권함`도서와 감사 기록장이 시민들에게 배포되었다. 행사의 꽃인 독서 릴레이란 책을 받은 사람이 일번 주자가 되어 책을 다 읽은 후 다음 독서자에게 그 책을 배턴 터치하는 것을 말한다.

릴레이 책인 원북도 소중하지만 나는 함께 받은 감사 나눔 기록장에 눈길이 더 갔다. 파란색 바탕에 노란 스마일 마크가 새겨진 노트를 보는 순간 `행복 나눔 1·2·5`라는 감사 운동이 생각났다. 이 메모장은 올해 처음 원북 행사에 등장했다. 이는 포항시도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감사 나눔`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이 운동을 처음 접한 것은 남편 회사 행사에서였다. `감사`란 주제 아래 `행복 나눔 1·2·5`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회사 및 가정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운동이었다. `행복 나눔 1·2·5`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착한 일 하기(1주 1선), 한 달에 두 권 이상은 좋은 책 읽기(1월 2독), 하루 다섯 가지 이상 감사한 일을 찾아 적어 보기(1일 5감) 등을 의미한다.

일주일에 착한 일 한 번쯤 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1주 1선이 그나마 가장 쉬운 실천 요강이다. 한 달에 두 권 책 읽는 것도 나로선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하루 다섯 가지 이상 감사한 일을 찾아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사할 일이야 하루 다섯 가지도 넘겠지만 그걸 매일 글로 남긴다는 건 여간 성실하지 않고서는 실천하기 힘들다. 회사에서 나누어준 행복 나눔 기록장을 매일매일 채운다는 건 나로서는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한데 많은 분들이 선행을 하고 감사 기록장을 써내려갔다. 내겐 그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동료에게 감사 인사 카드 남기기, 가족에게 백 가지 감사 편지 쓰기, 감사 나눔 실천 동영상 제작 발표 등 여러 사례는 감사를 통해 사람이 얼마나 큰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잘 모른다. 남보다 더 가지고 남보다 더 잘났기 때문에 느끼는 행복감은 긴 인생에서 잠깐일 뿐이다. 진정한 행복은 쟁취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행복이 도처에 깔려 있어도 그걸 발견하는 눈을 가지지 못하면 끝내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다. 행복을 발견하는 눈이란 곧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남편 회사의 감사 운동을 계기로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다사로운 햇빛, 풀 죽지 않고 자라주는 화분, 잘 마른 빨래, 앉은뱅이 등받이 의자, 끼적일 수 있는 노트북, 건강한 가족 등 감사함의 대상들을 꼼꼼히 적어 내리다 보면 진실로 행복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감사는 기본적으로 긍정의 물살을 타기 마련이다. 그 물결 따라 감사 운동은 이제 지역 여러 회사를 거쳐 포항시까지 접수하게 되었다. 원북 행사에서도 감사 운동이 병행될 만큼 그 의미가 확산되고 있다. 착하게 살기, 책 읽기, 고마움 표현하기 이 세 가지 연결 고리가 만드는 감사 열풍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