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새끼섬을 품은, 보석같은 그 섬에 안겼다

시인 백석은 `통영`이라는 시에서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며 통영의 활기찬 삶을 부러워했다.

경상남도 통영시 최남단에 위치한 욕지도는 한려수도 끝자락에 흩어진 연화도·두미도·거칠리도·노대도 등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비록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에서 비켜나 있지만 빼어난 경관은 숨어 있는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욕지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32㎞ 떨어져 있다. 욕지(欲知)는 `알고자 한다`는 뜻인데 주변의 세존도, 연화도와 함께 불교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화엄경의 `약인욕료지(若人欲了知)에서 따 온 말이라 한다.

푸른 숲이 어우러진 기암절벽과 갯바위, 점점이 떠 있는 새끼섬들, 그리고 티 없이 파란 바다가 마치 지중해의 작은 섬을 연상하게 한다. 섬 중심에 우뚝 서 있는 해발 382m의 천왕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울창하고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다.

욕지도 관광 안내판에서는 “욕지도는 경남 통영항에서 뱃길로 32km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섬으로 연화도·상노대도·하노대도·초도 등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연화열도의 본섬”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면적 14.62㎢에 해안선은 31km에 이르는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아담한 섬으로 `알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섬`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동네 어른들은 “처자가 시집가기까지 쌀 서말도 못 먹고 간다”는 이야기로 애환을 말한다.

욕지도는 사방이 탁 트인 바다요,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 절경이 명품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명품 풍경이 펼쳐지지만 이를 좀더 자세히 말하면 선착장을 기준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 왼쪽 방향은 노적마을과 삼여전망대 구간으로 일출이 멋지고 오른쪽은 선착장에서 덕동마을까지 코스로 낙조가 멋지다. 단 덕동마을 가는 길은 요즘 공사구간이 있어 S-OIL 주유소 뒤편 길을 이용해 산 언덕에서 KT 전파탑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 섬 일주도로로 진입해야 한다.
 

여기서 전자는 아주 특별한 일출과 거북바위, 삼여도 등 욕지도의 대표적인 비경을 볼 수 있는 코스다.

후자는 낙조와 연화열도를 이루는 연화도와 노대도와 두미도의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특히 `낙조 좋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여 욕지도에서 여행 방향을 정할 경우 오전 시간이면 일출을 겸한 시계방향으로, 오후는 일몰을 겸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욕지도 섬 일주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촛대바위와 세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삼여도, 공룡발자국바위 등 수려한 해안 절경이 그것이다. 특히 삼여도 고갯마루는 1970년대 당대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이영하·윤정희 주연의 영화 `화려한 외출`(1977년작)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하여 욕지도 여행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섬을 일주하는 드라이브와 등산 그리고 걷기. 여기에 요즘 유행하는 달빛·별빛 여행은 욕지도의 숨겨진 또 다른 풍광을 볼 수 있다.

특히 달빛여행의 경우 보름달 기준 전후 3일이 최적기임을 잊지 말자.

먼저 드라이브의 경우 욕지항 선착장에서 방향에 상관없이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40분 정도 걸린다.

중간중간에 해안 구경을 여유롭게 할 경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등산은 천황봉(392m)을 비롯해 약과봉(315m), 대기봉(355m), 망대봉(205m), 일출봉(190m)을 아우르는 5개의 등산 코스가 있다.

각각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소요되며 이를 전부 아우를 경우 4시간 30분~5시간 걸린다. 산세가 높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은 야포버스정류장과 부두가 등산의 시작과 끝 지점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일출과 연화열도의 서정적 풍경을 보려면 망대봉 코스(205m)가 좋고, 삼여도와 항구조망은 천황봉 코스(392m)가 일품이다.

그 중에서도 천황봉이 가장 인기.

천황봉 중턱에 있는 태고암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후 산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전망대까지 도착한다. 아니면 새천년기념탑에서 가로지르는 지름길도 있다.

욕지도는 산지 지형이라 논이 거의 없고 비탈밭이 많다. 밭은 끈적한 찰황토가 아니라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에 가까운 황토밭이다. 그래서 고구마 농사가 잘 된다.

욕지 고구마는 해남 화산 고구마만큼이나 맛있다. 고구마를 잘라서 말린 고구마 빼떼기도 유명하다. 욕지도에서는 고구마를 `고메`라 하는데 욕지도 고메 막걸리는 고구마 케이크 속의 고구마 속살보다 더 달콤하다. 이번 욕지도 여행길에는 욕지도의 할머니가 집에서 항아리에 직접 담근 고메 막걸리를 맛볼 수도 있다.

또 하나, 욕지도의 명물은 밀감이다. 사람들은 제주도에서만 밀감이 나는 줄 알지만 남해안의 거의 모든 섬들에 밀감나무가 자란다. 특히 욕지도의 밀감은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가 토질을 조사한 후 시험재배하면서 재배가 시작됐다. 노지에서 나는 욕지도 밀감은 달고 새콤한 맛이 야생의 밀감 맛 그대로다.

욕지도에는 과거 물질을 왔다가 욕지도 총각에게 다리가 잡혀 몇십 년째 못 떠나고 사는 제주 해녀들이 여럿이다. 그래서 욕지도 뱃머리에는 욕지도 해녀가 직접 물질해 온 전복, 해삼, 소라, 합자(조선홍합)는 물론 해녀의 남편인 어부가 낚아온 싱싱한 횟감들을 맛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바다로부터 왔다. 지구 최초의 생명이 바다에서 잉태됐듯이 우리 또한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바다에서 생명활동을 시작한다. 생명의 원천인 바다. 바다를 보면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 평온함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머니 바다, 그래서 프랑스어 `어머니(mere)`에는 `바다(mer)`가 들어 있고 한자의 `바다[海]`에는 `어머니(母)`가 들어있다. 원초적 기억이 언어를 통해 우리의 기원을 암시해 준다. 어머니의 품처럼 너른 바다. 우리가 섬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도 실상은 바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