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진대 영문학 박사

`대학입학사정(college admissions)`이라는 말이 사회의 화두가 된 지 3년이 지났다. 도입 초기의 치열한 대학 입학 경쟁을 다룬 기사를 싣지 않는 신문이나 잡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런 정보들이 넘치다 보니 일반 사람들은 관련 책 몇 권을 읽거나 웹사이트를 보고서 입학 사정 절차를 자신들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자식이 명문 대학에 합격한 어떤 부모들은 스스로 대학 입학에 관한 전문가로 자처하면서 명문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자식 양육법을 다른 학부모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그냥 빙그레 웃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에서 대학입학상담을 오래 일해 본 나는 입학 게임이 절대로 간단치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어떤 공식이나 이론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들은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장점과 약점, 관심과 취미, 그리고 개인적 배경과 인성 등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자라난 지역과 문화, 사회경제적 지위와 부모의 교육 수준, 그리고 다양한 기회의 접근 가능성 등 여러 요소들의 영향을 받는다. 대학의 입학사정제도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이런 차이들을 고려한다. 이것이 입학사정관들이 학생, 부모의 교육 수준과 직업, 그리고 고등학교 프로필 등을 자세히 살펴보는 이유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은 공정한 평가에 최선을 다한다. 학생마다 개인의 독특한 배경과 인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평가한다. 학생이 개인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들 때문에 결코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처럼 대학 입학사정이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 진학 상담도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것은 미국의 어떤 유학생에게 추천하던 것을 다른 학생에게는 권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는 점이다. 어떤 학생에게 잘 맞는 처방도 다른 학생에게는 전혀 나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한 학생에게 적용되는 방식인데 다른 학생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상담한 학생들은 누구나 AP 수업을 최대한 많이 듣는 것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8개의 AP 수업을 이미 들었으면서도 또 더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AP 과목 성적이 대부분 B 혹은 B-였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필자는 어떤 과목의 AP 수업은 포기하고 어떤 과목의 수업은 선택하도록 강력히 권유한다.

간단히 말해서, “가능하면 많은 AP 수업을 들으라”는 익숙한 전략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나는 이 전략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AP 수업으로 인한 지나친 부담은 자칫 2차원적이고, 책만 아는 범생이들을 길러내기 쉽다. 이들은 별로 재미도 없고, 공부 외에 다른 것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많은 AP 수업들을 어렵지 않게 수행해 내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똑 같은 사람이란 없다는 것이다. 자녀를 가이드할 때 자녀의 학업 동기, 성숙, 그리고 능력의 개인적 수준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이웃에 사는 아는 학생에게 먹혀 들었던 방법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어리석게도 지나치게 어려운 과목들을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 나아가서는 각자의 독특한 장점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육성시키는 일은 바로 이런 점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일은 단지 대학 입학뿐만 아니라 인생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