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표충사를 가다 (10)
밀양 표충사를 가다 (10)
  • 등록일 2012.04.01 21:56
  • 게재일 201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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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씻기운 홍매야!나도 한시름 내려 놓으마

신라 진덕여왕때 창건…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

임란 당시 공 세운 사명대사 충절 기리기 위한 `표충사당` 지어

통일신라시대 추정 3층석탑 등 문화재 즐비… 템플스테이도 유명


“花流水認天台半醉閑吟獨自來”

`떨어지는 꽃이 강물 위로 흐르는 데서 넓은 세상을 알고 술에 반쯤 취하여 한가하게 읊으며 혼자서 왔다`

낙화유수(花流水)…. 당나라 시인 고변이 지은 시의 구절에서 유래된 성어로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을 남자와 여자에 비유하여 남녀가 서로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정을 지니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고, 세월의 무상함을 뜻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보는 봄비는 훈훈한 바람마저 있어 방금 터져 나오는 홍매(紅梅)의 자태가 더없이 아름답다. 붉은 매화꽃에 촉촉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노라니 잠시나마 나 역시 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 놓는 듯 편안함이 찿아온다. 조선시대의 대승 사명대사가 상동암에서 소나기를 맞고 떨어지는 낙화를 보고는 무상을 느껴 문도(門徒)들을 해산하고, 홀로 참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 또한 구구절절 이해가 되는듯하다.
 


참 오랜만에 밀양을 왔다. 어릴 적 부산에 살면서 기차타고 친구들과 여름이면 참 많이 와본 곳이지만 지금은 주변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어 낯설기까지 하다. 먼저 영남루에 올라 강을 굽어 보며 옛 선비들이 저 강을 보며 시조타령을 한 것처럼 나 역시 노래 한 곡조 올리고, 맞은편에 있는 천진궁을 잠시 둘러본다. 천진궁은 역대 창조 시조의 위패를 모시는 공진관의 부속건물로 단군, 부여, 고구려 등의 시조를 모시고 있었으나 일제시대 때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맘이 찹찹, “에이 일본X, 나쁜XX” 하지만 1957년에 보수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단다.

여기서 차로 15km쯤 가면 이번 여행의 목적지 표충사가 있다.

표충사는 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에 위치해 있다. 천황산 산기슭에 위치한 사찰을 병풍처럼 두른 산새가 일품이다. 사찰 내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표충사를 둘러싼 산세는 기골이 장대한 의병들이 병풍처럼 믿음직스럽게 서 있는 모습을 떠오르게 할 만큼 웅장하다. 이곳에 모셔진 3대 선사의 기개가 절을 감싸고 흐르는 듯 범상치 않은 기운마저 느껴진다. 완벽한 조화미를 뽐내는 표충사 3층석탑과 표충사 템플스테이가 유명하다.


경상남도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충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절로 고풍스러운 사찰건물과 주변경치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탬을 자아낸다.
 
신라 진덕여왕 8년(654년)에 창건돼 사명대사의 호국혼이 깃든 사찰로 유명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말사이다. 서산대사를 모신 사당. 대사의 위국충정을 기리고 그의 선풍이 대흥사에 뿌리 내리게 한 은덕을 추모해 제자들이 1669년에 건립했는데, 정조대왕이 친히 표충사라 사액했으며, 나라에서는 매년 예관과 헌관을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명대사의 충훈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표충사당(表忠祠堂)이 있는 절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표충사 앞엔 편안한 표정으로 차단지를 들고 앉아계신 노스님의 동상이 있으니 바로 초의선사다. 16세에 출가한 후 40여년간 일지암에서 다선삼매(茶禪三昧)에 들었던 선사는 시와 글과 그림에 능통한 명인이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다도(茶道)를 정립한 다성(茶聖)이었다.

표충사라는 이름은 사명대사를 제향하는 사당을 당시 서원의 격으로 표충서원이라 편액하고 일반적으로 표충사로 불렀는데, 이 사당을 사찰에서 수호해 왔으므로 사(祠)가 사(寺)로 바뀐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승려로 승병을 일으켜 국난을 이겨낸 사명대사의 충의가 서려 있어 역사와 불교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표충사의 옛 이름은 대나무가 많아 죽림사였다. 대나무 밭은 지금도 표충사를 감싸고 있는데, 그 대나무들이 바람에 어지러이 흔들릴 때 영남 알프스처럼 웅혼했던 사명대사의 혼이 용이 돼 스치는 것처럼 보인다.

표충사는 사명대사에 얽힌 스토리텔링 이외에도 문화재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7.7m의 3층 석탑은 기단부가 한 층으로 돼 있고 1층 몸돌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높아 2층 기단의 기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이런 구성은 탑의 키가 실제보다 커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어 절 뒤의 재약산과 잘 어울린다. 네 단의 층급받침을 가진 지붕돌 처마 끝마다 풍탁이 걸려 조심스럽게 바람에 몸을 흔든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31호인 대광전, 팔상전, 명부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42호인 만일루, 표충서원 등이 있다. 또한 국보 제75호인 청동함은향완은 1177년(명종 7)에 제작된 현존하는 최고의 고려시대 향로이다.

이 밖에도 보물 제467호인 표충사 삼층석탑, 중요민속자료 제29호인 사명대사의 금란가사와 장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4호인 표충사 석등,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호인 표충사비 등이 있다. 절 일원이 경상남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돼 있다.

비 오는 날의 표충사. 홍매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나 또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큰 뜻하나 새기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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