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셀주크 성요한 성당과 고고학 박물관 그리고 시린제 마을
(9) 셀주크 성요한 성당과 고고학 박물관 그리고 시린제 마을
  • 등록일 2012.03.22 21:55
  • 게재일 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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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12제자 중 한명인 성 요한의 성당엔 기둥과 주춧돌만 남아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였던 아르테미스 신전 역시 폐허로…
울긋불긋 기와지붕이 아름다운 시린제 마을의 와인은 입맛 돋워

▲ 폐허 상태의 성 요한 성당

택시로 성모 마리아 집에서 성요한 성당까지 15분 걸렸다. 택시 기사는 셀주크 성요한 성당 정문에 나를 내려준다. 관광지 치곤 꽤나 조용하다. 사람이 없다. 대리석으로 쌓은 아치형 정문으로 들어가자 표를 끊으란다.



성 요한 성당 역시 폐허의 빈 건물이다. 받침돌과 돌기둥만 널려 있다. 규모가 대단하다. 성 요한은 우리가 알고 있듯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다. 44년 유대인 왕 헤로데 아그리파의 박해를 피해 그는 에페소로 왔다. 에페소는 요한 세자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한 지역이다.



그는 에페소에 머물며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끝까지 보살피기도 했다.

건물은 십자 형태지만 동서로 길게 지어졌다. 본관에는 6개의 돔이 천정을 받치고, 그 주변 부속 건물은 본관보다 낮게 지어졌다. 사제가 예배를 집행했을 제대 쪽에서 일반 신도들이 앉았을 공간을 바라본다. 스스로 움직일 줄 모르는 벽돌 기둥이 겨울 낮은 하늘을 받치고 있다. 신자 자리 뒤편 서쪽으로 에게해의 끝자락이 펄럭인다. 요한 세자는 파트모스(터키) 섬에서 전교를 하다가 다시 에페소로 돌아와 95세에 사망했다고 한다. 요한의 전교에 큰 의미를 부여한 유스티아누스 황제는 이곳에 그의 교회를 짓게 했다. 때는 6세기. 가로, 세로의 길이가 110m, 140m다. 제대 밑에 요한 세자를 모셨다는 글씨를 새긴 주춧돌(후세 사람이 새겼음)이 있다.

▲ 시린제 마을 풍경
곳곳에 초기 교회의 건물 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흔적이 있다. 물로 세례를 주었다는 세례실, 그리고 고백소, 보물창고, 제의실….

사라진 교회의 원형을 축소해 모델로 복원해 놓은 유리 상자를 보면 이 교회가 얼마나 멋지고, 우람했는가를 느끼게 한다. 둥근 돔이 본 건물에 6개, 부속 건물에 4개나 있다. 복원된 이 교회를 상상해보곤 다음에 왔을 때 그런 모습으로 복원돼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북쪽으로 성채 하나가 둥글게 있다. 셀주크 성채다. 지진으로 벽에 금이 가, 위험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

성 요한 성당을 나온 나는 성 요한 성당 서남쪽에 있는 이슬람 사원 `이사베이 자미(ISABEY CAMII)`를 구경했다. 특별한 느낌이 없는 이사베이 사원을 나와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걸으며 `하암` 건물도 보았다. 둥근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이 건물은 1364년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고대 로마 시대 전형적인 목욕탕이다.



아르테미스 신전 역시 폐허의 땅이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바닥에 깔린 돌덩이와 쓰러지지 않은 대리석 기둥 하나. 아르테미스 신전은 BC 8세기경에 세워졌는데, 장대하고 화려하여 고대세계의 7대 불가사의의 하나였다고 했다.



▲ 시린제 마을에서 시음잔에 포도주를 따르는 가게 주인
처음에 리디아 왕 크로이소스의 협조로 건조되었는데, BC 356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탄생일 헤로스트라토스의 방화로 소실된 후 재건하였지만 지금 역시 폐허로 남아 있다.



`…아르테미스라는 이름도 그리스계(系)가 아니고 옛 선주민족(先住民族)의 신의 이름이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원래는 대지, 특히 야수들이 사는 들판을 주관하는 모신(母神)으로서 동식물의 다산(多産)과 번성(繁盛)을 주관하는 것으로 믿어, 출산과 어린이의 발육을 수호하는 신이 되기도 하였다. 소(小)아시아의 에페소스에서 신앙되던 아르테미스의 상(像)은 가슴에 무수한 유방을 갖고 있었으며, 고장에 따라 특징 있는 숭배를 받았는데, 옛날에는 인신공희(人身供犧)를 하는 고장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로마 신화에서는 디아나와 동일시되었다.`



내가 신화의 주인공 아르테미스를 사전에서 특별히 인용하는 이유는 셀주크 고고학 박물관에서 아르테미스 상을 다른 전시물보다 관심있게 보았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신전과 셀주크 고고학 박물관은 걸어서 10여 분 거리다.



▲ 셀주크 고고학 박물관의 아르테미스 상
에페소 고고학 박물관은 에페소와 그 근처에서 발견된 유물유적 2만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중 1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처음 들어간 입구 방에 2세기 작품의 마루쿠스 아우렐우스 상이 눈에 띄고 `소크라테스의 방`이 보인다. 에페소와 소크라테스? 이곳에 소크라테스의 방이란 이름이 붙이게 된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프레스코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1세기께 조각된 `쉬고 있는 병사`는 그 솜씨로 놀라웠지만 붉은색 받침 위에 놓여 강열한 인상을 주었다. 관심을 끈 것은 이미 앞에서 인용했던 `아르테미스` 상이었다. 기원전 1세기의 것은 머리 위 장식이 더 달렸다. 다른 것은 2세기의 것. 머리에서 다리 부분까지 다양한 상징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풍요와 다산, 순결 등 온갖 것을 아르테미스는 상징하기 때문에 그것을 조각상에 새겨 넣은 것이다.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어디든 비슷하다는 것을 아르테미스 상은 보여준다.

에페소 `하드리아누스 신전` 문에 붙어 있는 부조가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부조물 위에는 원래 모습의 사진도 걸려 있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이것이 진품이고, 에페소에 있는 것은 모조품이다.

깨어진 것을 발굴해 그것을 원래 상태로 붙여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한 것들을 보며 망가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원형을 잘 보관하는 민족이 문화민족일 것이다. 종교적 믿음의 차이로 파생되는 우상 파괴 역시 문화재를 없애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지금도 지구상 많은 나라에서 우상 숭배라며 우수한 문화재를 파괴하고 있다. 또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문화재는 조각나 훼손되고, 원형을 되살릴 수 없게 한다. 또 하나는 무지에서 비롯한 파괴다. 인류 문화자산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먹고 살 수 있는 기본적 욕구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먹고 살만할 때 사람들은 문화에 눈을 더 크게 뜨기 때문이다.

40여 분간 박물관에 머물렀다. 밖에 나왔을 땐 오후 3시를 넘기고 있었다. 노군이 `시린제(SIRINCE)` 마을에 가보잖다. 관광안내 책자에 소개된 곳으로 포도주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 터키 내 그리스 풍의 마을이다. 자동차가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시린제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50분.



시린제 마을은 산중턱 넓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을 자체가 아담하고 예쁘다. 그리스풍이면 성당이 있을 법한데, 작은 주차장 부근에 있는 이슬람 사원이 먼저 눈에 띈다. 흰색으로 페인트칠한 벽과 붉은 기와지붕이 지금까지 보았던 터키 여느 도시의 마을 풍경과 사뭇 다르다.

비탈진 길옆으로 가게가 빼곡하다. 돌을 타일식으로 반질반질하게 깔아놓은 길바닥도 운치 있다. 가게에 전시한 물건들이 고풍스럽고, 색상이 곱다. 각종 악세사리, 초, 수건, 그 사이 포도주는 약방의 감초처럼 꼭 끼어 있다. 전문 와인 숍에 들어가 본다.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일반 과실주. 온갖 술이 벽면에 비스듬히 놓여 있다 젊은 주인은 시음해 보라며 예쁜 잔을 건넨다. 와인 한 모금 입에 털어 넣자 입안이 양치질한 것처럼 깔끔해진다. 난 그곳에서 저녁을 포도주 반주로 먹자고 제안했다. 제철이 아닌지 손님들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가게 난로불이 꺼져있다. 시음한 집 역시 설렁한 편이다. 시음한 집을 나와 굴뚝에서 연기 나오는 집을 찾았다. 오군이 손가락으로 공터 옆의 집을 가리킨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온기가 있다. 난롯불을 지피고 있다. 우리 넷이 난롯불 곁에 앉았다. 안팎에 많은 의자가 있지만 손님은 우리뿐이다. 창 쪽 벽면으로 성모 마리아 상도 놓여있다. 벽면은 낡은 건물 깨어진 대리석을 붙여 놓은 것처럼 울퉁불퉁하다. 그 위 예쁜 접시를 장식으로 걸어놓았다. 중앙에 있는 철제 난로에선 화목이 불꽃을 피우며 활활 탄다. 이들은 터키에 살지만 얼굴 모습, 삶의 모든 방식이 그리스적이다.

메뉴판을 가져왔다. 이쪽의 메뉴판이야 으레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음식을 주문하고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와인 종류도, 값의 차이도 다양했다. 이 집은 시음할 수 있는 술이 없다.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레드 완인 `VIN CENZ SIRINCE` 한 병을 주문했다. 20리라. 싼 것은 6리라 하는 것도 있다. 빵과 와인이 나왔다. 주인은 와인병 코르코 마개를 조심스럽게 열어 한 잔씩 권한다. 암적색 색깔이 입맛을 돋운다.

“건강하고 멋진 여행을 위하여!”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맛있었다. 혼자 뚝닥뚝닥 치킨과 비프를 그릴에 구어 내온 주방장이 훌륭해 보였다. 터키 여행은 겨울철보다 늦은 봄이 어울릴 것 같다. 한 여름은 너무 덥고, 또 겨울은 춥고-.

식사를 마칠 때 와인 한 병도 다 비웠다. 주인과 작별인사를 나눈 우린 다시 시린제 와인 골목을 걷는다. 셀주크행 시린제 막버스는 10분 후 출발한다. 술을 포장하는 천이 멋지다. 종이곽이 아닌 천으로 만든 포장천 밖에는 `시린제`란 글씨가 씌어 있다. 사고 싶지만 다닐 여행지가 아직 많이 남았다.

오늘 저녁 우리는 이곳에서 이스탄불로 떠나야 한다. 아름다운 마을 시린제를 뒤로 하고 떠나려니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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