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다 아름답다지만 겨울 설산은 황홀한 仙界

사계절 어느 한 곳 사람의 인적이 끊기는 적이 없는 곳.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그 청명함과 산이 내품는 기운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곳, 청송 주왕산.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일대에 솟아 있는 높이 720m의 주왕산은 1976년 우리나라의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꼽힌다. 설악산·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암산으로 불리는 주왕산은 병풍처럼 늘어진 기암괴석과 황홀한 폭포들을 품고 있어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낙동정맥 위에 솟아 동해와 내륙을 가르는 주왕산은 경북 청송군과 영덕군의 5개 면, 17개 리에 걸쳐 있다.

"신라 마장군과 중국 주왕 전설 간직한 깃발바위 기암(旗岩)의 첫 마중을 받으며

첫 발걸음 반겨주는 신라 마장군과 중국 주왕 전설 간직한 깃발바위

스산한 신비로움 선사하는 산중호수 주산지를 돌아 사철 마르지 않는 샘 달기약수탕서 목을 축이다"

청송은 사계절 내내 주왕산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번 들러본 사람들이라면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면적은 넓진 않지만 그 풍광 자체가 다른 공원들과는 사뭇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주왕산의 높지 않는 산들의 봉우리들은 여인의 가슴처럼 봉긋한 자태로 솟은 기암들의 정취가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주왕산에 도착하면 처음 눈이 확들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깃발바위, 곧 기암(旗岩)이다. 주왕산의 기암이라 하면 기이하게 생긴 바위라는 뜻의 기암(奇巖)으로 착각하나 문헌에 의하면 깃발바위라는 뜻의 기암(旗岩)이라 한다.

 

신라 문무왕때 창건한 고찰 대전사(大典寺)뒤를 두르고 있는 웅장한 기암(旗岩)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기암의 유래는 먼 신라시대의 전설로 올라가보면 주왕이 신라의 마장군과 전투를 할때 이 바위를 끼고있는 계곡에 쌀뜨물을 흘러보내 마장군의 눈을 현혹시켰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금강, 석병산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하는 열두 개의 봉우리는 금강산을 닮았고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왕산이란 이름은 신라 주원왕이 임금 자리를 버리고 산속에 들어와 수도했다는 전설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고, 중국 진나라에서 건너온 주왕이 진나라를 회복하려고 여기에서 웅거해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주왕산 일대에는 주왕과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명소가 많다.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 보면 학소대 위쪽 웅장한 바위 병풍사이로 쏟아져 내려오는 제1폭포를 보노라면 새삼 세상만사 모든 업들이 씻겨내려가는 듯하다. 주변의 기암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 날리면서 스윽 돌아서면 마치 또다른 세상이 있는듯한 착각을 할만큼 평평한 길과 바위를 감싸안으며 흐르는 맑은 계류가 이어진다. 한 1km를 걸어 넓은 계곡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자 오른쪽으로 제2폭포라는 화살표가 보인다. 한참을 자연의 기운을 흠모하고 있을 때쯤 저멀리 물소리가 들린다 싶을때 어스럼한 그림자 속으로 하얀 물줄기가 나타났다. 그저 입이 쩍 벌어진 채로 놀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기를 누르고 스케치북에 그 비경을 옮겨보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보니 머리끝에서 발가락까지 주왕산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듯한 에너지를 느낀다.

주요 명소로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고찰 대전사(大典寺)를 비롯해 주왕의 딸 백련공주의 이름을 딴 백련암(白蓮庵),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鶴巢臺), 앞으로 넘어질 듯 솟아오른 급수대(汲水臺),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치렀다는 기암(旗巖),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 구경을 했다는 망월대(望月臺), 동해가 바라다보이는 왕거암, 주왕이 숨어 살다가 죽었다는 주왕굴(周王窟) 등이 꼽힌다. 그밖에 자하성(紫霞城·일명 주방산성), 주왕이 무기를 감추었다고 하는 무장굴(武藏窟)·연화굴(蓮花窟) 등의 명소가 있다. 연꽃 모양의 연화봉과 만화봉, 신선이 놀았다고 하는 신선대와 선녀탕, 폭포 등은 경승지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겨울 주왕산은 청송의 백미다. 주왕산은 산 정상에 기암괴석이 산재하다. 눈이 내린 날, 설산 위로 솟은 웅장한 암릉은 마치 선계를 바라보는 듯 신비롭기만 하다.

신비로운 것으로 따지자면 산중 호수인 주산지도 못지않다. 왕버들나무 가지가 연둣빛을 발하는 봄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겨울 주산지 또한 운치가 가득하다. 얼음골에서 멀지 않은 이전리에 자리 잡고 있다.

주왕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달기약수탕은 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다. 조선 철종 때 수로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이때부터 위장이 약한 이들이 앞다퉈 마시기 시작하면서 유명 약수터가 됐다. 주변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계곡과 폭포가 많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약수탕까지 편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것도 좋다.

매년 5월이면 주왕산 국립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청송 주왕산 수달래 축제`는 천하의 명산 주왕산에 지천으로 피어난 붉디 붉은 수달래 속에서 만개한 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는 경북의 대표적 축제다. 수달래는 진달래보다 색이 진한 특징을 가진 철쭉과 다년생 식물로서 회양목, 천년이끼, 기암괴석과 더불어 `주왕산 4대 명물`로 손꼽힌다.

주왕산 수달래에 얽힌 전설은 중국 당나라 덕종 때인 서기 799년 반란을 일으켜 왕이 되려 했던 주도가 당나라 군사에게 쫓겨 당시 신라 땅이던 주왕산에 덜어와 살던 중 당나라의 부탁을 받은 신라의 마일성 장군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

왕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주왕굴에서 마장군의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둘 때 흘린 주도의 피가 주방천을 붉게 물들이며 흘렀다고 한다.

그 이듬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꽃이 주방천 물가에서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전설이다.

그후 해마다 수달래는 처절하리 만큼 아름다운 빛깔의 꽃을 피웠기에 후세 사람들은 그 꽃을 주도의 피로 피어난 넋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