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진행과정을 보면 영토와 민족을 지키지 못했던 우리의 과거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중국이 관할권 주장을 하는 이어도에서 한중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부산 해군작전사에서 이곳까지는 21시간 걸리고, 건설이 시작된 제주해군기지에서는 7시간 걸린다고 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주장대로 되면 이어도는 사실상 지킬 수 없고 이는 이어도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시키겠다고 공약한 이번 총선의 야당 통합세력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는 야권의 비례대표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무리들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우리의 영토주권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우리의 국군을 적대시하는 입장으로밖에 보이지않는다.

조선 세종조이후 우리가 경략해 온 대마도에 대한 지배권을 방치한 결과 일본이 슬그머니 자신들의 영토로 편입했던 것이나 국가안보의식 없이 문치일변도로 국정운영을 했던 조선이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도륙당한 일은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도 반성을 하지 못한 조선은 인조반정이후 청조의 간섭하에 사실상 무장을 해제당한 채 살아오다 일제 침략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무렵 일본은 만주지역의 우리 땅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줬으나 군사력이 없는 우리는 한마디 항변도 하지 못했다. 한국동란을 겪으면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던 우리는 국가의 명운이 바람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시기를 보냈으나 아직도 우리는 분단과 전쟁의 위험속에서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영토야욕 위협에 노출돼 있다.

특히 제주해군기지는 단순히 이어도 분쟁에만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모든 해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방기지다. 이 길이 위험해지면 우리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지금 제주지역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동중국해의 해로 중간에는 현재 일본 영토로 돼 있는 오키나와를 포함한 류쿠 열도와 대만이 연결돼 일본과 대만, 중국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오키나와 기지를 빌려쓰고 있기 때문에 이 해역에서 일본, 중국, 미국, 대만이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해역에서 일본이 자국영토라며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중국도 자국영토라며 댜오위다오(釣魚島)라 부르는 이른바 센카쿠도 분쟁은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측은 최근 센카쿠가 포함된 “옛 류쿠왕국이 1879년 일본에 합병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국제법전문가들은 일본의 류쿠왕국 합병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옛 류쿠왕국은 중국에도 신하의 나라라며 조공을 바쳤고 조선조에 대해서도 신하라고 자칭하며 조공을 바쳤다. 일본이 국제관계와 왕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합병한 것은 옛 류쿠국민들 뿐아니라 주변 관련국과도 외교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국이 센카쿠도 분쟁을 류쿠문제로까지 확대할 경우 우리의 태평양 진출로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중국의 의도대로 이 문제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사실상 중국의 내해국가(內海國家)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어도의 분쟁화를 노리는 중국은 이른바 류쿠공정의 한 부분으로 이를 문제삼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제주 남쪽의 이어도와 남중국해의 문제는 한반도의 가장 긴급한 사안이 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영향권하에 있던 간도지역과 대마도, 류쿠지역이 우리의 무관심과 문약(文弱)으로 주변강대국 관할로 넘어갔다. 그 결과 북으로 육로가 봉쇄되고, 남으로 해로마저 봉쇄될 위기를 맞았는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세력을 그냥 둔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구럼비바위가 없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올 총선과 대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