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탈북자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선불교에서 간화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수행자는 인생과 우주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풀기 위해 화두라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화두가 풀리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고 한다. 이 때 사용하는 화두는 1천800개라고 하나 그 중 하나의 화두만 풀리면 1천800개의 모든 화두가 한꺼번에 풀린다는 것이다. 지금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화두처럼 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남북문제와 통일 문제, 한·중간 외교갈등문제, 북한 핵문제, 이를 둘러싼 남·북·미·중·일·러 등의 관계를 풀어줄 수도, 꼬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과 우주의 근본을 간단히 깨칠 수 없듯이 탈북자 문제도 얽히고 섥혀 있다.

그러나 화두의 문제는 일생을 두고 궁구하는 것이지만 탈북자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화급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북한에서 굶주리다 못해 북중국경을 넘은 사람들과 북한체제의 야만적 억압을 벗어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중국으로 망명한 사람들을 중국정부가 체포해서 다시 북한으로 돌려 보내고 북한은 이들을 처형하는 비인도적 처사는 인간으로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탈북자 강제송환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수천명에 이르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파렴치범도 아닌 사람들을 도살장에 가축 몰아넣듯 가혹한 처벌을 받게 하는 중국 정부와 북한 정권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민족의 피를 받은 동포의 일원으로서, 분단으로 이산된 가족으로서 피눈물을 쏟을 일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도 골리앗 같은 중국의 힘앞에 무력한 정부는 유엔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중국이 성질나면 문제해결이 어려워질세라 금새 목소리를 죽인다고 한다. 국회는 북한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으려는 야당의 반대로 북한인권법이 표류하고 있던 차에 가까스로 중국의 탈북자 송환을 반대하는 여야합의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수준으로 손을 놓았다. 인권을 가치의 중심에 둔다는 미국은 탈북자 문제로 인한 한·중갈등의 중재에 나섰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핵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않기 위한 범위의 조정이고 보면 탈북자 문제의 적극해결 의지와는 다른 것이다. 물론 일부 국회의원의 피맺힌 절규가 있었고 일부 인권운동가들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노력이 있은 것은 그나마 우리 국민의 식지 않은 동포애와 인간애를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모든 정황은 지금 중국에 잡혀 송환과 처형의 공포속에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희망의 빛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탈북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통일에 대한 북한동포의 마음을 진정으로 열어줄 수 있을지, 중국이 난민으로 대우해야 할 탈북자를 월경한 범법자로만 몰아세우는 대국의 오만을 언제까지 힘없이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지 답을 내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에 힘으로 대할 형편이 아님은 말할 나위도 없고, 정부나 국회의 무기력한 태도를 잔소리하듯 나무라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부가 못한다면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인구도 5천만명을 넘어 이태리와 프랑스,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남북한을 합치면 이들 국가보다 더 많은 나라다. 또한 한국인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동포의 인권문제에 대해 유대인과 같은 민족적 의지와 집념만 가진다면 세계인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중국인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가 중국인을 해롭게하는 일이 아니고 북한의 학정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을 돕는 일인 이상 인도에 부합된다는 것을 깨닫게만 해 준다면 중국도 이를 지속적으로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탈북자 수용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준비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국민의 책임있는 대중(對中) 민간외교의 역량을 고도로 높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