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토프카프 궁전과 고고학 박물관
(3) 토프카프 궁전과 고고학 박물관
  • 등록일 2012.02.09 21:28
  • 게재일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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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곳이 유적… 말 그대로 `노천박물관`

▲ 토프카프 궁전 `제국의문`

두개의 성탑 사이에 우뚝선 `제국의 문`

1천200여명 조리사가 요리 하던 주방

오스만 제국의 위용 다시 한번 느껴



성 소피아 성당에서 나오니 오후 1시가 지났다. 으레 12시에서 오후 1시에 끼니를 해결했는데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난 것이다. 성 소피아 성당 주변에서 식당을 찾아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세계 3대 미식국 중 한 나라라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점심을 굶는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찾아보지만 식당은 보이지 않고 대부

분이 문화유적이다.



영국의 문명학자 토인비의 말마따나 그야말로 노천박물관이다.



“다음 코스는 어디로 갈까?”

손 군과 오 군에게 물었다.

“토프카프 궁전에 가요”

 

▲토프카프 궁전에서 바라본 보스포루스 해협
아야 소피아 성당에서 나온 우린 토프카프 궁전으로 향했다. 토프카프 궁전은 아야 소피아에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였다. 배에서는 꼬르록 소리가 났다.

그곳 주변 역시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토프카프 매표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매표소와 좀 떨어진 매점(Disom)에서 과자와 음료로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곳에는 토스트를 팔았다. 치즈 토스트를 시켰다. 치즈 토스트는 빵 가운데 치즈를 넣고 구운 빵으로 생각보다 고소하고 맛있다. 느긋하게 토스트를 먹은 후 콜라도 한 캔 시켰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본 느낌이다. 잠시 눈을 감고 내가 본 것을 되새긴다.

그때서야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다. 요기를 면한 후 표를 끊으려 할 때 문제가 생겼다.

입장 티켓 한 장으로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없다. 그러니까 궁전 안의 하렘(Haram)과 보석관(Treasury room)은 표를 특별하게 새로 끊어야 했는데 벌써 매진된 상태다. 하루에 일정한 수의 사람만 수용하다보니 오후 2시도 안 되어 표가 떨어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내일 다시 오자니 그것도 문제다. 이스탄불에는 이곳 말고도 보아야 할 곳이 많다.

 

고고학 박물관, 지하궁전 뿐만 아니라 신시가지 쪽의 돌마흐바체 궁전, 보스포루스 크르즈 투어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다.

하렘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어둡게 찍어 누른다. 소를 잡았는데 우황이 없다는,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리는 기분이다. 매표소 벽에 하렘은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관람 가능하고 30여 분 소요된다고 쓰여 있다. 어느 곳을 가든 여행 중에는 포기할 것이 있다. 나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붙일 수 없다. 생각을 기분 좋은 쪽으로 끌고 간다. 그래, 후일 이곳을 찾게 되면 그 때 보자.

후일 다시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을까? 세계 곳곳 가보고 싶은 데는 많은데 여행했던 곳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다시 찾고 싶은 도시. 그런 도시를 꽂는다면 이스탄불이 해당되지 않을까?

▲ 토프카프 궁전에 전시된 보물함.
같은 곳을 여러 번 찾았던 중국의 상해와 연변이 떠올렸다. 해외여행의 출발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그러다 보니 친목 모임에서 결국 갔던 곳을 여러 번 가게 된 것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방문했던 상해와 연변, 처음 찾았을 때와 너무 변화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탄불 역시 그럴 것이다.

 

5년 후 아니면 10년 후 이 도시를 다시 찾는다면 많이 변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유적은 백 년 전이나, 오백 년 전이나 30년 후나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시가지 언덕 위의 토프카프 궁전은 터키 역사에서 가장 화려했던 오스만 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면적만 해도 70평방미터나 된다.

투르크어(語)로 토프는 `대포` 카프는 `문`을 뜻한다. 직사각형 형태의 토프카프 궁전 조감도를 보면 한 나라를 운영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다 있다. 술탄(왕)의 거주는 모든 행정력이 집중되는 곳이고,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각종 시설을 유치했을 것이다.

궁전 내부에는 대형 식당, 하렘, 도서관, 병원, 모스크 등 온갖 시설이 있다.


`제국의 문`은 일명 `예의의 문`이라고도 하는데 과거 말을 타고 이 궁궐에 들어가려던 사람들은 이 문 밖에서 내려서 걸어야 했다. 좌우 첨탑은 서양의 성채를 연상시킨다. 매표 후 들어가는 문이 `제국의 문`이다. 두개의 성탑 사이 뚫린 이 `제국의 문`을 지나면 제 2정원이 나타난다.

▲ 고고학박물관에 전시된 `알렉산더 대왕` 조각상
제국의 문 지나 정원 오른쪽으로 중국 ·일본 도자기 전시실이 있다. 동양의 도자기라 그런지 눈에 익다. 중국의 도자기는 청색이 선연하다. 일본의 도자기는 오늘날 일식집에 흔히 만나는 그릇처럼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이어 유럽 도자기와 은수공예품 전시실이다. 세공한 무늬가 가히 왕실의 제품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방기구 전시실은 과거에 주방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종탑처럼 천장을 높게 만들어 요리할 때 풍기는 연기와 냄새를 내보낼(환풍) 수 있도록 구멍을 뚫었다. 1천200여 명의 조리사가 매일 2만여명의 식사를 준비했다는 이 주방은 대형 조리 기구를 비롯해 당시 사용했던 각종 식기류를 전시하고 있다.

`행복의 문`을 지나 제3정원에 들어서기 전 알현의 방에 들어섰다. 바로 토프카프가 과거 행정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이다. 술탄이 대신들과 국정을 논하던 방이다.

제3정원 오른쪽으로 보석관이 있다. 그 보석관에는 86캐럿의 큰 다이아와 그 주면에 49개의 물방울 다이아를 박은 명품 보석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구경하는 것은 후일로 미룰 수밖에 없음을 이미 표를 끊으며 설명한 바 있다.

 

보석관 옆은 도서관이다. 서적이 전시되어 있다. 제3정원에서 제4정원으로 넘어가면 정자 아프타리예와 1638년 바그다드를 정복한 기념으로 세운 `바그다드 쾨스퀴`가 있다. 아프타리예는 우리나라의 정자에 해당하는 건물로 이곳에 들어서면 보스포루스 해협을 볼 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 석관 그 자체가 조각품

트로이부터 키프로스 출토 유물까지

세계 5대 고고학박물관 이름값 `톡톡`



▲ 고고학박물관에 전시된 `사이프러스의 유리그릇`
다시 제3정원으로 들어와 입구(출구)쪽 오른쪽으로 과거 술탄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술탄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침실, 식당, 욕실 등 술탄과 가족들이 얼마나 화려한 생활을 하고, 술탄 자신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곳이다.

술탄의 방 앞이 `하렘`이다. 궁전 속의 왕궁이라 할 하렘은 3시도 안 됐는데 이미 문이 닫혀 있다. 왕을 둘러싼 여자들과 자식들이 생활하며 남겼을 유물이 어땠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어디든 최고의 권력 밑에는 중상모략과 치정과 각종 암투가 깔려 있을 것이다.

 

토프카프 궁전을 빠져 나가며 내게 이스탄불은 차후 다시 찾을 내 여행 목록 속의 한 곳임을 내 자신에게 약속한다. 눈앞에 두고도 구경하지 못한 토프카프 궁전의 `보석관`과 `하렘`이 있기에…. 결국 본다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지만 말이다.

토프카프 궁전을 빠져나온 손 군과 오 군, 그리고 나는 고고학 박물관 입구에서 서성였다. 그곳은 아야 소피아나, 토프카프 궁전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표를 끊고 철제문을 들어가자 건물 옆에 나뒹굴다시피 놓여 있는 석조물이 눈에 띈다.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끌어안은 상태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 이곳은 패키지 여행 상품의 필수 코스는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조용해 박물관 앞을 거니는 고양이 발자국 소리도 느낄 정도라면 과장이 지나칠까.

사실 한국의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지중해권 여행 상품 중 이스탄불을 빠질수 없는, 빼서도 안 되는 곳이다. 그 이스탄불에서도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 토프카프 궁전은 으레 들어있지만 고고학 박물관은 넣지 않는다.

고고학 박물관 역시 토프카프 궁전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은 오른쪽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관람하면 된다. 이곳에는 역사적 인물뿐만 아니라 신화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들의 조각상도 수두룩하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알렉산더 대왕 조각상과 그의 석관이다. 영토 확장에 온힘을 기울인 그의 치적은 책과 영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환조 형태의 알렉산더 대왕에는 그가 확장한 영토를 지도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 8전시실에 전시된 알렉산더 대왕 석관은 레바논 시든이란 곳에서 발굴한 것이다.

 

▲ 레바논 시든에서 발견된 `알렉산더 대왕 석관`
석관 앞에 머문다.

석관 자체가 멋진 조각품이다. 한 채의 건축물이다. 덮개도 예쁘게 꾸며져 있다.

석관 둘레 조각은 마케도니아와 페르시아와의 전투 장면, 사자와 수사슴 사냥 장면이 현장감 있게 조각되어 있다.

알렉산더 대왕 석관이 있는 1층은 트로이와 구석기에서 프뤼기아 시대 출토품 중심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키프로스,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을 돌아다니면서 전시물 밑에 붙여 놓은 설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세계 5대 고고학 박물관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는 말 만큼 많은 유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층 높이로 만들어진 트로이 목마도 전시되어 있고,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도 특별하게 설치해 놓았다. 주 전시실 앞에는 타일 벽화 전시실과 모스크 내부의 기도실을 엿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많은 사람이 없기에 조금 빨리 관람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의 깊이는 역사와 곁들여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빨리 관람했음에도 시간은 벌써 문 닫을 시간이다. 박물관을 나서자 새로운 이스탄불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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