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양단(首鼠兩端)

수서양단(首鼠兩端), 구멍에 머리만 내놓고 주위를 살피는 쥐의 모습, 곧 진퇴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상태, 혹은 두 마음을 가지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태를 비유해서 하는 말이다. 사기(史記) `위기무안후열전(魏其武安侯列傳)`에 나온다.

전한(前漢) 무제(武帝)때, 위기후(魏其侯) 두영과 무안후 전분이라는 인물들이 있었다. 둘은 모두 황실의 외척이었는데, 평생 동안 사이가 좋지 못했다. 두영은 전분보다 연장자였으므로 훨씬 일찍이 대장군이 됐으나, 후에 반대로 전분이 신진 재상으로 막 세력을 펴고 있을 대 두영은 이렇다 할 활약이 업는 고참 대장군으로서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어느 날 두영의 친구인 관부(灌夫) 장군이 고관대작이 모인 잔치자리에서, 두영을 무시한 한 고관을 힐책했다. 그런데 전분이 나서서 그 고관을 두둔하자, 관부가 전분에게 심하게 항의했다. 일단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대든 것은 듣지 않았다. 결국 이 일은 조정에까지 올라갔다.

양쪽 주장을 다 듣고 난 무제는 중신들에게 물었다.

“과연 어느 쪽에 잘못이 있다고 보오?”

그러나 누구도 어느 한 편을 두둔하거나 비난하며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이편을 들자니 저편의 눈치가 따갑고, 저편을 들자니 이편의 눈치가 맵기 때문이었다. 무제가 중신들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해 화를 내며 자리를 뜨고 말자, 이에 자리를 물러난 전분이 화가 나서 한안국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그대 장유(한안국의 字)도 다른 자들하고 한통속이었구려. 어찌 똑같이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좌우를 살피는 쥐`처럼 눈치만 보고 있었던게요?”

이 말에 한안국은 한동안 대꾸를 못하고 머리만 긁적였다.

기회를 엿보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망설이지 않고 소신과 원칙주의로 살기란 어렵다. 참으로 어렵고 힘이든다. 왜 인간에게 이렇게 어렵고 힘든 숙제가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냥 누구에게나 중용의 마음으로 소신을 펼치며 자신 있게 살아야 하는데 그러나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잘못된 생각을 위대한 생각으로 바꾸어 살라고 말이다.

기회주의자에서 소신과 원칙주의자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다. 기회를 놓치는 기회 주의자가 되지 말자.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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