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발길 잦은 세계 유일 고소한 양념돼지곱창 맛 일품
대명복개천 바다맛길은 가족이나 중장년층 푸짐한 회 즐겨

대구의 `맛`이라면 단연코 맵고 알싸한 것을 특징으로 꼽는다.

`대구 10미(味)`에 속하는 대표적인 음식들을 보더라도 이러한 특징들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음식 전문가들은 대구의 맛을 곧잘 중국의 사천요리와 비교하곤 한다.

같은 내륙에 속해 있기 때문에 매운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비슷하고 요리방법도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대구 특유의 맛과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알아주는 먹거리 골목이 대구 남구에도 있다. 안지랑 곱창골목과 남구 바다맛길이 그곳이다.

안지랑 곱창골목은 사회초년생과 대학생 등 20~30대 젊은이들로 밤만 되면 가히 불야성이다.

간혹 교복을 입은 고교생도 보인다. 하지만 이들 테이블에는 절대 술이 없다. 고교생이 오는 테이블에는 지글지글 굽히는 돼지곱창, 막창과 주인이 서비스로 내놓은 음료수가 전부다.

남구 바다맛길은 이와 반대로 가족이나 중년층들이 부담없이 푸짐하게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안지랑 곱창골목

남구 대명9동 안지랑네거리에서 앞산 방향에 있는 안지랑 곱창골목 입구는 `젊음의 거리, 안지랑 곱창`이라는 아치형 간판에서 시작된다.

일방 통행길이라 차량의 흐름은 양호한 편이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면 길 양옆 가게마다 깔끔하게 통일돼 있는 분홍색 간판을 보게 된다. 47곳의 같은 간판으로 상인들의 단합된 모습과 골목의 특징을 살리려는 노력을 엿보는 듯하다.

원래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안지랑시장이었다.

38년 전 도축장에서 버려지는 돼지곱창으로 장사를 시작한 한 뒤 출발한 안지랑 곱창은 15년 전 IMF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싸고 푸짐하게 먹을거리를 찾아온 일용직 근로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으며 현재 양념곱창 전문 골목으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전부터는 아예 시장명칭보다는 안지랑 곱창골목으로 전세가 역전된 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6일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3일`로 안지랑 곱창골목이 방송되면서 더욱 대구 대표 맛집골목으로 알려졌고 주머니가 얄팍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1~2만원만 있으면 한 바가지에 채소 없어 돼지곱창만 한가득 퍼주는 양념곱창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젊은이들로 바글바글하다.

○세계 유일의 양념돼지곱창

이곳 곱창식당은 19공 연탄을 사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메뉴판과 기본 안주도 양념장에다 마늘, 고추, 상추, 된장찌개, 계란탕 등 대부분 비슷하다. 주된 메뉴는 오로지 곱이 가득 차 있는 돼지곱창이기 때문이다.

물론 막창과 삼겹살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라면도 끓여주지만 전국에서 유일한 양념곱창이 이곳의 자랑거리다.

안지랑 곱창골목 상인회 우만환(64)회장은 “전국 여러 곳을 찾아다녀 봤지만 돼지곱창에 양념을 한것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안지랑 곱창골목 뿐이다” 면서 “매우면서도 고소한 돼지곱창의 맛을 유지하는 곳은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일 것”이라고 자랑했다.

가격도 똑같다. 돼지곱창 500g 한 바가지에 1만원, 150g 막창 7천원이지만 g수에 연연해 하지 않는 상인들의 인심이 묻어나서일까 푸짐하게 느껴진다.

곱창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소문이 나면서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양념곱창을 즐기러 찾아오는 마니아도 많아졌고 지난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가끔 외국인도 찾아올 정도다.

오후 5시께부터 새벽 2시까지 구수한 곱창구이 냄새가 온 동네에 퍼지는 안지랑 곱창골목에는 일반 상가에서 있을법한 호객행위도 없고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1만원이면 3~4명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젊은이들에게 어필되고 있다.

이곳에서 하루 1천여명이 찾아 소비하는 돼지곱창은 12t이며 소주만 1천100~1천200상자가 팔려 나갈 정도다. 지난 11월에는 돼지곱창만 하루평균 18t, 소주 2천여상자가 소비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안지랑 곱창골목이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 골목으로 우뚝 서는 일만 남은 것 같다.

○남구 바다맛길

대명10동 대명복개천에 위치한 남구 바다맛길은 남부가스 충전소에서 삼정비치맨션 사이 200m 구간에 횟집 18개소를 포함해서 모두 28개업소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과거 이곳은 서부정류장 부근에서 경남 바닷가 출신 할머니들이 자연산 도다리와 오징어, 문어, 가오리 등 해산물을 가져와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규모가 커지자 대명천으로 이전했다가 지난 1993년 복개가 완공되면서 `번개 어류 도매시장`으로 이름을 변경했고 40여곳의 음식점들이 성업하면서 전성기를 누리면서` 대명복개천 회타운`으로 이름 지었다. 올해 복개천이라는 이미지를 좀더 산뜻하게 바꾸기 위해 공모를 통해`남구 바다맛길`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도 이곳 입구에는 각종 해산물을 파는 좌판이 단 한곳 마련돼 있어서 과거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전성기에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깨끗하면서도 값싸고 푸짐하게 회를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40여곳에 달하던 횟집이 이젠 18곳으로 줄었다. 대구에 많아진 횟집도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남구 바다맛길은 새로운 변신이 필요했다. 상인들의 자구노력이 가시화되면서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인도블록 정비를 비롯한 간판개선, 안내표지판 등에 7억원의 예산을 투입, 올 연말이면 거의 다 정비된다.

간판은 회타운거리를 포함해 모두 488m를 재정비하며 횟집 18개소를 포함해 모두 55개소의 상점에는 문자형 LED(발광다이오드)간판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남구청은 이렇게 지원을 시작한 데는 이곳이 서부정류장과 두류공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고 시민들 사이에 제법 입소문이 난 만큼 지역의 새로운 명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구 바다맛길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섰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우선 100% 자연산 횟감을 동해안의 후포나 포항에서 구입해 오는 것으로 결의를 했다.

처음에는 고가의 자연산 횟감을 공동구매하는데 반발도 있었지만 공생을 해야 한다는 공감과 함께 과거 `값싸고 깨끗하면서도 푸짐하다`는 명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

남구 바다맛길 번영회 이세원(53)회장은“앞으로 청정하고 깨끗한 거리로 만들고 과거처럼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상인들이 고가품의 횟감을 사용하기로 결의했다”면서“새로운 도약을 위해 100% 자연산만 취급하는 남구 바다맛길로 시민들께 다가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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