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환 `ASIA`발행인·작가
“안철수씨가 30% 정도 지분을 갖고 있는 안철수연구소가 올해 들어 주가가 500%나 뛰었다는데, 이는 안철수씨의 대권행보에 영향을 받은 주가 상승이다. 적절히 정치권에 왔다갔다하면서 자신의 높아진 정치적인 인기 때문에 안철수연구소 주식이 계속 고가를 유지하도록 교묘하게 개입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0월25일,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캠프에 레터를 들고 찾아간 다음날에 `대통령을위한기도시민연대(PUP)`가 발표한 성명의 한 구절이다. 문득 이것이 궁금해진다. 오늘이라도 그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곧바로 곤두박질칠 것인가?

안철수 교수의 느닷없는 등장은 가장 극적으로, 가장 적나라하게 한국정치를 혁신대상의 실체로 시대적 무대 위에 세워놓았다. 치솟은 주가총액 중 1천500억 원을 뚝 떼서 쾌척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그의 시대적 공로가 바로 그 점이다. 그런데 누가 어떻게 한국정치를 혁신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쇄신을 하겠다 시끄럽고 민주당은 통합을 하겠다 시끄러운데, 그는 정당도 안 만들고 내년 총선에도 안 나간다니 시대적 과제만 명확히 해둔 상태에서 뒤로 빠지겠다는 것인가? 내년 총선 기간 중에 적절한 때를 골라잡아 어느 정당 대표를 찾아갈 수도 있을 테지만, 그것은 선거운동이지 한국정치 혁신운동은 아니다.

왜 한국정치는 혁신대상인가? 한마디 인터뷰를 요구한다면, 영혼이 없는 인간들과 낡아빠진 이념의 노예들이 정치판에 우글거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그들이 뒤섞인 정치판은, 계산과 아집이 넘쳐나서 양보와 타협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정치판의 영혼이 없는 인간들은 그의 종교도 이미 하나의 선거운동 도구이기에 종교가 내면에 대한 진실한 통찰을 도와주지 못한다. 늘 자기 계산에만 분주하여 국민과 시대를 운운해봤자 한낱 자기 계산을 치장하는 허영일 뿐이다. 정치판의 낡아빠진 이념의 노예들은 자기가 정의와 선의 실현을 위해 투쟁한다는 환상에 빠져 있다. 투쟁은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최고 전술이라 확신한다. 먼저 그의 내면에 천지개벽의 혁신이 일어나야 그 노예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과연 안철수 교수는 한국정치를 혁신할 의지와 신념이 있는가? 방법과 비전은 있는가? 있으면 밝혀야 한다. 없으면 없다고 밝혀야 한다. 정치판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만은 밝혀야 옳다. 그것을 밝히는 일은 안철수연구소 주가를 치솟게 해준 자본주의 시민에 대한 예의이며, 그를 한국정치의 메시아처럼 등장시킨 이 나라 젊은 세대에 대한 책임이다. 정치를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만, 정치적 언행에 대한 책무는 다해야 옳은데, 그의 책무란 바로 그 예의와 그 책임을 실천하는 일이며, 그래야 그가 주장하는 상식에도 합당하다.

개그콘서트의 `달인`에 뚱뚱한 사회자가 나왔듯이, 청춘콘서트에는 박경철도 나왔다. 박경철은 의사(義士)인가? 아니다. 그는 의사(醫師)다. 의사면 그냥 의사지 `시골의사`는 또 무언가? 안동이 서울보다 시골인데, 현재 한국과 세계를 통틀어 `시골`이라는 말을 상품화시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의사가 본업이지만 주식 등 재태크에 성공해 이른바 대중의 스타로 떠오른 경우다. 이제는 `시골의사`란 말을 그만둘 때도 한참 지났건만 그것이 극대화시킨 자본주의적 상품성을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요새 서울역 지하철 유리벽에 박원순 시장의 책 광고가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다. 거기도 `시골의사 박경철`이 나왔다. `경제평론가`라는 직업명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시골의사에서 재태크 전문가로, 다시 경제평론가로, 그 화려한 진화와 변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박경철은 재태크 전문가로 유명세를 올리며 성공한 인물이었다. 의사(義士)의 삶은 아니었다. 현재까지는 자본주의적 대박의 롤모델이며 좀 허황한 젊은이에게는 사막의 신기루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경제평론가인지 아닌지, 이것은 그의 말과 글을 모르는 내가 평가할 노릇이 아니다.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