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불야성이 따로 없다.

대구 동구의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과 동구문화체육회관 인근의 동촌유원지 신상가들의 이야기다.

1972년부터 40여년을 이어온 닭똥집 골목은 밤만되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곳이고 동촌유원지 신상가는 최근 들어 다양한 메뉴로 대구시민은 물론이고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흥청되는 곳이 아니라 주머니가 얄팍한 젊은이나 과거와 똑같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중· 장년층의 추억의 장소로 부담없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젊음을 발산하거나 향수에 젖을 수 있는 곳이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다.

또 동촌유원지 신상가는 대구를 찾는 이들에게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소개할때 아무런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한식, 중식, 양식 등이 모두 자리를 잡았으며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들도 들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촌 유원지 신상가

동촌유원지는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이른바 주부들로 구성된 이른바 `계모임`이나 동창회, 향우회 모임을 하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밤에는 젊은이과 회사원들이 주축이 된 각종 모임과 회식들로 북적댄다.

낮에는 닭백숙, 칼국수, 수육, 횟집 등이 활기를 띠고 밤에는 막창과 각종 고기집 등이 술 한잔이 그리운 이들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동촌유원지의 상가는 모두 80여곳에 달하며 최근 동구문화체육회관을 중심으로 대형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유원지 입구에서 망우공원으로 연결된 도로변을 따라 40여곳의 상가들이 밀집해 신상가를 형성하면서 새벽까지 불이 끄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월27일 문을 연 인터불고호텔 카지노 개장이후 이곳은 과거보다 20~30%이상 손님들이 늘어났고 메뉴도 다양해지고 있다.대구의 먹거리가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함을 자랑한다.

그렇다고 그저그런 메뉴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곳의 맛집을 알리는 블로그만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맛 또한 일품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동구청 홍보소통과 관계자는 “각종 이벤트성 행사가 동구에서 열리면 반드시 동촌 유원지를 끼고 실시하는 것도 이같이 유동성 인구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며 “과거 추억이 어린 동촌유원지가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오후6시만 되면 도로변에 주차할 공간이 없다. 이로인해 가끔은 가벼운 접촉사고로 운전자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지지만 기분좋은 모임에 와서 맛있는 먹거리를 찾던 이들이기에 큰 충돌없이 서로 양보하거나 보험처리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곳 음식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4천원짜리 보리밥 비빔밥에서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 각종 고기집과 회집, 호프집 등 다양하고 최고 3만원대인 스테이크까지 각계각층의 요구와 입맛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도 가세해 젊은층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한 유원지에서 호국의 얼이 담긴 망우공원 산책과 함께 새로 조성된 해맞이 다리와 각종 위락시설을 즐기면서 하루 세끼를 모두 책임질 수 있는 곳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동촌유원지 상가운영위원회 최용수 회장은 “강에서 오리배를 타고 구름다리를 건너던 동촌유원지가 이젠 토탈 먹거리 타운으로 형성돼 대구시민의 휴식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동구문화체육회관을 기점으로 새로운 상가들이 형서되면서 더욱 다양한 쉼터와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시장 닭똥집 명물거리

골목 입구에서부터 튀김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약간 달짝한 양념 냄새까지 코끝을 간지럽힌다. 금방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선 길이지만 입속에 침이 고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알싸하게 톡 쏘는 소주가 절로 생각나게 만든다.

80년대 초반 이곳에 있던 허름한 가게는 이젠 단 한 곳도 없다. 젊은이들의 거리답게 깔끔하면서도 약간은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무장한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닭똥집 1세대로 통하는 꼬꼬하우스, 포항치킨, 평화통닭, 삼아통닭 등 25년 이상된 가게와 함께 특이한 이름의 2세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내 왔수다`, `똥집나이트`, `무릉도원`, `아가씨와 건달들`, `운수 좋은 날`,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똥집본부`, `타이타닉`, `달감똥집`, `고인돌`. `아로마` 등등.

4~5년 전부터 규모가 작은 가게들이 합쳐지면서 한창때 60여곳에 달하던 가게가 지금은 33개업소로 줄었지만 새벽까지 영업하고 하루평균 이골목에만 2천~2천500명이 북적대 단일 종목으로 아만큼 많은 고객이 찾는 곳은 전국에서도 찾기 어렵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과거에는 20~30대 80%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가족을 동반한 중 장년층의 발걸음도 부쩍 늘어나 이젠 전체 고객의 40%를 점하고 있다. 그래서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가게를 보면 고객층이 확연히 구분된다.

1980년대 원조집이 모여있는 광장형 골목에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면 찾는 기성세대들로 북적이고 새로 생긴 아파트 진입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게에는 대학생 등 젊은이로 꽉 차 있다.

지난 주말 부인과 아들, 딸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장영철(48 수성구 신매동)씨의 테이블에는 이 골목의 메인 메뉴인 `양념 반 튀김 반`과 함께 찜닭이 올려져 있었다. 장씨와 부인은 닭똥집에 손이 가고 자녀들은 찜닭에 젓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가끔 닭똥집도 맛본다.

“민주화의 열풍이 불던 80년대 중반 대학생 시절에 이곳에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민족과 나라를 걱정했던 추억의 장소”이라고 말한 장씨는 “결혼전에 주머니 사정 때문에 집사람과 이곳에서 시계를 맡기고 데이트도 했던 곳”이라며 향수 어린 장소임을 알렸다.

한달에 한번 이상 이곳을 찾는 장씨는 본인과 비슷한 경험을 지난 가게 주인과 `호형호제`하며 서로 길흉사를 챙기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변신하는 닭똥집 골목

닭똥집 골목의 메뉴와 가격은 거의 똑같다.

닭똥집 가격은 6천원~1만3천원선이고 찜닭은 1만6천원대으로 푸짐한 양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씹히는 맛으로 인해 최근에는 대구 시민뿐 아니라 인근의 부산, 포항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의 주된 메뉴는 과거처럼 튀김옷을 입힌 후라이드나 이른바 닭똥집만 기름에 튀긴 `누드 닭똥집`을 비롯해서 양념, 간장, 마늘 소스를 첨가한 것 등이다.

여기에다 최근들어 가족단위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찜닭을 비롯해서 일반적인 닭요리와 닭발요리까지 닭의 모든 부위가 주된 메뉴라고 보면된다.

하지만 집집마다 맛은 조금씩 다르다. 튀김에 들어가는 양념과 물엿, 소금, 설탕, 마늘의 양, 간장의 진한 정도, 양파, 당근, 청양고추, 버섯 등에 따라 가게 특색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부 소스로 카레와 머스타드를 사용하는 곳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값싸고 푸짐한 양 때문에 IMF 때는 오히려 고객들이 늘어나 가게 주인들이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다고 전한다.

평화시장 닭똥집 명물거리 상우회 김우식(49)회장은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의 특징은 값싸고 푸짐한 양이 무엇보다 장점”이라며“최근에는 동대구역에서 10분여 거리에 있어서 출장왔다가 방문하는 고객과 포장해서 가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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