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비름잎에/꽂힌 땡볕이/이웃 마을/돌담 위/軟?로 익다/한쪽 볼/서리에 묻고/깊은 잠 자다/눈 오는 어느 날/깨어나/제상 아래/심지 머금은/종발로 빛나다”(`연시`전문)
지금쯤 내 고향 청도에는 마을마다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등불처럼 붉게 익어가겠다. 그는`먼 바다`라는 한 권의 시 전집을 남겨놓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충청도의 후배 시인인 이면우는 그의 시집을 얼마나 읽었는지 시집 겉표지를 수십 번 바꿔 붙인 것을 내게 보여준 적 있다. 단 한 권의 시집으로 후배 시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친 시인도 드물 것이다.
`땡볕→연시→종발`로 이어지는 시상 전개에 군더더기 하나 없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편들은 후배 시인들의 가슴에 빛나는`종발`로 남아 오래도록 빛나고 있다.<끝>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