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미당 서정주 시인이 그의 7시집 `떠돌이의 詩`(민음사,1976)에서, 또 서정춘 시인의 3시집 `귀`(시와시학사, 2005)에서 `박용래`라는 제목의 시가 수록될 만큼 한국의 서정 시인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는 박용래 시인의 전집을 다시 읽는다. 그가 남긴 시 전집은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보통 시집 분량보다 조금 더 두꺼운 한 권으로 되어 있다. 그는 우리 한국 시단의 영원한 낭만주의자요, 눈물의 시인이다.

“여름 한낮/비름잎에/꽂힌 땡볕이/이웃 마을/돌담 위/軟?로 익다/한쪽 볼/서리에 묻고/깊은 잠 자다/눈 오는 어느 날/깨어나/제상 아래/심지 머금은/종발로 빛나다”(`연시`전문)

지금쯤 내 고향 청도에는 마을마다 집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등불처럼 붉게 익어가겠다. 그는`먼 바다`라는 한 권의 시 전집을 남겨놓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충청도의 후배 시인인 이면우는 그의 시집을 얼마나 읽었는지 시집 겉표지를 수십 번 바꿔 붙인 것을 내게 보여준 적 있다. 단 한 권의 시집으로 후배 시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친 시인도 드물 것이다.

`땡볕→연시→종발`로 이어지는 시상 전개에 군더더기 하나 없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편들은 후배 시인들의 가슴에 빛나는`종발`로 남아 오래도록 빛나고 있다.<끝>

/이종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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