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년 作 `신 책가도` (디지털 프린팅)
디지털 붓을 들어 아날로그 세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내 작업에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타협 없는 직선이 만들어 낸 사각형의 틀속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가 망각된 채 강조되는 효율성, 그것은 결국 나를 구원하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작업의 적자(適子)가 아니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했던 것일까?

매일 목적에 의한 짓과 씨름해 오다가 우리의 자연과 전통문화에 주목하게 되었다.

무심스럽고 어리숭한 선, 비균형적 형, 조촐한 멋 무목적의 곡선들과 무채색, 그리고 무심한 필획(筆劃). 거기에는 고귀한 단순성과 위대한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다.

따뜻함과 평안함에 매료되었다.

이제 디지털 붓을 들어 아날로그 세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나는 내달 말까지 청도군 각북면에 있는 갤러리 BK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자연과 일상의 사물을 주제로 한 첫번째 개인전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문화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민화의 화려한 멋과 전통회화에서 나오는 무심하고 조촐한 멋을 모던하게 해석해 내놓은 이번작품들은 전통 민화나 회화를 재해석하여 본인의 디자인적 조형언어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디지털 붓을 들어 아날로그 세상을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 시각디자이너 김성년

-영덕 출생

-경북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쓰쿠바대학교(일본)대학원 졸업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람회 초대작가

대구디자인전람회 초대작가

-현재 경북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