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매력 이런 것인지 이제껏 몰랐어요.”‘더 빨리 높이 멀리’, 그 것을 위해 피부도 생김새도 각양각색인 지구촌의 내로라하는 젊은들이 서로 경쟁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극적인 드라마를 쓰고 있는 대구스타디움.


 세계육상선수권이 열리는 이 곳은 대회 8일째인 3일에도 세계 육상스타들이 뛰고, 넘고, 던지고, 그래서 환호하고 실망하고 눈물짓는 순간마다 흥분과 감동, 아쉬움이 뒤엉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동안 스타디움에서 또는 텔레비전 중계로 남녀 47종목 하나하나에서 인간의 본능을 느끼고 희로애락을 본 많은 대구시민은 “육상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감탄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성적 부진에 아쉬워하면서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세계 수준의 선수들이 줄줄이 나왔으면 하고, 이런 기반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회사원 오정택(50) 씨는 “육상하면 달리기 밖에 모르는데 언제 이런 국제 행사를 보겠나 싶어 2일 아이들과 경기장에서 여자 5000m 결선을 보며 누가 우승할 지 내기까지 했다”며 “서로 선두로 치고 나가고 치열한 견제를 하더니 가냘픈 아프리카 선수가 막판 폭발적으로 질주해 우승 세리모니를 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흥분했다.


 개회 다음 날 경기장에 갔다는 대봉초등 2학년 김지운(8) 양은 “볼트 봐서 기뻤고 ‘살비’의 ”쉬이∼“ 소리는 너무 웃겼다”면서 “창던지기에서 한국 선수가 등수에 못들어 정말 슬펐으나 육상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 대구서 이런 대회를 또 했으면 좋겠다”고 즐거워했다.


 기업인 최인철(52)씨는 “‘의족 스프린터’인 남아공 피스토리우스가 나온 남자 400m 준결승을 텔레비전으로 봤다”며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주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이런 감동을 주는게 바로 육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손혁원(39·회사원)씨는 “친구들과 경기장에 갔는데 몸무게가 100㎏이 넘는 철녀들이 다양한 몸짓으로 젖먹던 힘까지 다해 쇳덩이를 던지는 순간마다 손에 땀이 나고, 나도 모르게 ‘더, 더’라는 소리가 나오며 흥분이 됐다. 육상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대회 마스코트인 삽살개 ‘살비’가 ‘쉬~’라고 하며 관중석에 조용할 것을 당부하는 장면은 아주 기발했다”고 감탄하면서 “앞으로 대구가 한국육상의 성지가 되고 우리나라도 비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세계적인 스타가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정화중 3학년 김지균(14) 양은 “어제 경기장에서 볼트의 번개 액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몸짓,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직접 보니 긴장되고 짜릿하고 소름까지 돋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선수와 관람객이 하나되어 연출하는 각본없는 장면은 정말 황홀했다”면서 “육상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는데 앞으로 다른 나라에 가서도 세계육상대회를 꼭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연호(54·공무원)씨는 “여자마라톤에서 케냐의 키플라갓이 첫 골인하는 것을 현장에서 봤는데, 그가 출발에서 결승까지 42㎞를 뛴 과정이 인간의 생존본능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나왔다”며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대회 기간 하루 2차례 경기장을 찾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시내 초·중·고교생 17만여명이 현장체험 학습으로 경기를 본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며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는 육상 꿈나무들에게 값진 경험이 되고 우리나라 육상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교육감은 “이번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등 세계육상조직의 임원 절반 이상이 선수 출신으로 영어나 불어를 능숙하게 하면서 스포츠 외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것을 봤다”며 “우리도 이런 점을 고민하고 되새겨 체육분야에 교육과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