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 마라톤 有二한 희망봉

 역대 세번째 개최국 노메달의 수모를 떨쳐라.

 세계육상대회 폐막 4일을 남겨둔 대회 개최국 한국선수단에 떨어진 특명이다.

 애초 개최국의 프리미엄을 안고 선전이 기대됐던 태극 전사들은 예외 없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잡았던 ‘10-10(10개 종목 10위권 진입)’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특히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메달 획득은 기대주들의 잇단 추락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단체전 동메달을 기대했던 여자 마라톤 대표팀은 7위의 부진한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역시 메달을 노렸던 남자 20㎞ 경보의 김현섭도 6위에 그치는 등 내세울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와 멀리뛰기의 정순옥(포항시청), 남자 100m의 김국영 등도 실망스런 기록으로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났다.

이제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남자마라톤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먼저 한국 육상의 기대주 김덕현(26·광주시청)이 남자 멀리뛰기(9월1일)와 세단뛰기(9월2일)에서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덕현이 메달 진입에 실패하면 그동안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13개 나라 중 스웨덴과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노메달 개최국’의 수모를 떠안을 가능성은 커진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으로 대회 폐막일에 열리는 마라톤에 모든 기대를 걸어야 한다. 전통적인 강세종목인 남자 마라톤에 거는 기대는 한층 커지게 된다.

 마라톤 결전의 순간은 폐막일인 4일 오전 9시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종각에서 출발한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 단체전(번외종목)에 걸린 메달 사냥에 나선다.

현실적으로 보면 악재까지 닥쳐 한국팀의 성적 전망이 그리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대표팀의 전력을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던 지영준(30·코오롱)이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지영준이 탈락하면서 주장의 중책을 베테랑 이명승(32·삼성전자)이 맡았지만, 그의 개인 최고 기록은 2시간13분25초로 지영준의 2시간8분30초에는 크게 모자란다.

이에 따라 상위 3명의 성적을 토대로 순위를 결정하는 마라톤 단체전에서 팀 내 5명 중 4위의 기록을 보유한 이명승이 깜짝 활약을 펼쳐 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케냐 선수들을 비롯해 총 70여 명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남자 마라톤에서 한국팀의 기록만 놓고 보면 중상위권에 해당해 메달권에 근접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현실을 뚫고 메달을 만들어내야 하는 한국 대표팀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마라톤 선수단은 1일 대구 동구 율하동의 선수촌에 들어가 마무리 훈련을 한다.

정만화 대표팀 코치는 “사실 부담이 크지만 마라톤은 이변이 큰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코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도 결과가 나쁘게 나올 수도 있고, 나쁘다가도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마라톤이다”며 “마라톤은 뛰어 봐야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코치는 “대회 당일 날씨가 29℃ 정도로 덥다고 예보됐는데 경기 초반에 체력과 페이스 관리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코치는 “두 번 다시 리허설은 없다는 생각에 압박감이 크지만 뒤처진다고 기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연습 때처럼 2시간 15분대를 유지하면 메달을 따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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