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120여 명의 이국인들이 대구 투어에 나섰다. 놀라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평균 70세의 노년층이라는 것.

국적도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미국, 호주 등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육상 마니아다. 2년마다 개최되는 육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저축해 놓은 돈과 한 달 가량의 시간을 투자한다.

때문에 대구의 무더운 날씨도 이들에게는 그리 큰 장애물이 아니다. 개막식이 있었던 지난 27일부터 폐막식이 거행되는 오는 4일까지 이들은 경기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유는 없다. 데이비드(남·71)의 말에 따르면, “단순히 육상이 재미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육상 마니아들이 경기가 없는 31일, 대구 관광에 나섰다. 걔중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다. 지팡이는 기본이며, 동료의 부축을 받아야지만 걸음을 옮길 수 있는 관광객도 있다.

방짜유기기능장 이봉주 선생이 설립한 `방짜유기박물관`을 들른 이들은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관광객 중 가장 어린 키어린(Kieran·영국)은 신나게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징을 두르려 보기도 하고 전시되어 있는 각종 유기들을 열심히 뜯어본다.

영국에서 온 리챠드 데이비드(남·66)씨도 마찬가지다. 리챠드씨는 `대구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느냐`는 질문에 “대구는 모든 사람이 친절하고 안전한 도시”라면서 “방짜유기 제품도 마음에 든다. 가격이 얼마나 하느냐. 유럽으로 수출을 하느냐”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팔공산 인근에서 불고기와 비빔밥 등으로 한국의 음식을 맛본 이들은 케이블카에 올랐다. 이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감탄사. “wonderful”, “beautiful”, “WOW”가 전부다. 유럽에서는 소나무 등이 진하게 우거진 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약령시다. 노년층이 대부분이라 `건강을 위한 곳`이라는 설명에 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약령시 마당에 설치된 `족탕체험`에는 너도나도 양말과 신발을 벗고 발을 담구어 본다. 대구의 살인적인 더위와 그동안 지친 몸을 풀기에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캠빌씨(여·영국)는 “매우 좋다”며 “스포츠만을 생각하고 한국과 대구를 방문했는데,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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