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7종 체르노바 새 `철녀` 등극
다크호스서 세계 최고로 ... 에니스 독주시대에 제동

러시아의 `떠오르는 별` 타티아나 체르노바(23)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철녀`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했다.

체르노바는 29~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여자 7종경기에서 7경기 합계 6천880점을 얻어 6천751점에 그친 제시카 에니스(25·영국)를 129점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체르노바의 우승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여자 선수`를 가리는 7종경기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르노바는 분명 `다크호스`로 꼽혔지만, 그의 우승을 예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영국의 `철녀` 제시카 에니스가 워낙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에니스는 지난 2년간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았고 올해도 5월 6천790점을 기록하며 시즌 1위를 달렸다.

전문가들은 전성기를 맞은 에니스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놓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그들은 체르노바가 2년의 침체를 딛고 한 단계 성장한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하고 같은 해 6천618점의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한 체르노바는 2009년 최고기록이 6천386점, 2010년 최고기록이 6천572점으로 한동안 기록을 더 끌어올리지 못했다.

올해 5월 6천539점을 작성한 체르노바는 6월에는 6천773점으로 2년 만에 자신의 최고 기록을 150점 넘게 끌어올렸다.

자신감을 충전한 체르노바는 달구벌에서 겁 없이 달리고 뛰고, 던졌다.

첫날 3천927점으로 에니스(4천78점)에 근소하게 뒤졌던 체르노바는 29일 두 번째 경기였던 창던지기에서 무려 52m95를 던져 39m95에 그친 에니스를 단숨에 따돌렸다.

마지막 800m에서 에니스에 9초 이상 뒤지지만 않으면 우승을 달성할 수 있던 체르노바는 여유롭게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에니스의 독주 시대를 마감하면서 새로운 `철녀`의 등장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에니스 역시 25살의 젊은 선수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런던 올림픽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여자 7종경기는 두 선수의 치열한 라이벌 대결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뜨거운 대결의 한복판에는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자부심으로 뭉친 철녀들의 깊은 우정이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7종경기 출전자들은 신발을 벗어 던지고 자국 국기를 덮은 채 함께 400m 트랙을 한 바퀴 돌며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체르노바와 에니스도 그 대열에 동참해 서로 축하하고 격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