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인가, 쇼인가`

우사인 볼트의 부정 출발에 대해서 `단순 실수였다` 혹은 `고도의 계산된 쇼였다` 등 말들이 많다.

볼트의 결승전을 보기 위해 김천서 왔다는 김경수(34)씨는 “세계적 스타의 기록장면을 직접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구에 왔다. 하지만 정작 게임도 하기전에 실격하는 모습을 보니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오늘 하루종일 일손이 안 잡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민성(21)씨는 `10초안에 끝나는 100m결승을 보기위해 약속도 미루고 TV앞에 앉았는데 부정출발로 아웃되는 볼트를 보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세계적 스타의 실격으로 많은 팬들이 아쉬움과 허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가운데, 볼트가 `쇼를 했다`는 비난도 등장했다.

29일 저녁에 만난 한 시민은 `볼트는 고도의 계산된 복선을 가지고 쇼를 했다`며 맹비난 했다. 우선 그는 대 스타가 스타트블록에서 미리 나갔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어차피 스타트 동작이 늦은 그가 중반이후 스퍼트로 역주하면 될 것을 처음부터 미리 출발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나름 주장을 폈다. 또 팀 동료에게 밀려 우승을 못할 것을 알고 창피를 안 당하기 위해 일부러 부정 출발했다고 본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인 쇼 근거로 부정출발 후 그렇게 큰 동작으로 분노를 표시한 선수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즉 부정출발, 과도한 액션으로 각본을 짠 후 드라마에 따라 움직였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다른 시민은 게임이 끝나고 나서 한 볼트의 동작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고 거들었다.

기자가 본 볼트는 현재까지 연속 3관왕이 돼 `전설이 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고, 실제 마지막 스퍼트를 하지 않은 예선 성적도 좋았다. 단지 키가 커 스타트 동작이 느린 자신의 출발을 좀 더 빨리 끌어올리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우승으로 수십억원을 더 벌어들일수 있는 이런 기회에 굳이 쇼를 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물론 생각은 개인의 자유다. 워낙 기대가 컸다보니 그런 억측까지 만들어 냈다고 보고 싶다. 어쨌든 스포츠계에서 선수의 실수마저 고도의 계산된 각본으로 보는 것 같아 쓸쓸하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는 2년에서 4년을 기다려야 하는 등 선수에게는 그야말로 자신을 드러내는 최고의 대회다. 진실은 오직 볼트 자신만이 알 뿐이지만.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