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레스, 3위 류샹 신체접촉 진로 방해… 리처드슨 행운의 우승

세계육상선수권대회 3일째인 29일, 초미의 관심 종목인 필드 3종목 결승전을 통해 그라운드에서 절대강자는 없다는 것이 다시 증명됐다.

이날 아시아 대표로 6번 레인을 배정받은 황색탄환 류샹(28)은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13초27의 기록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정확히 일곱 걸음 만에 첫 허들을 넘은 류샹은 로블레스와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였지만 열 번째 허들을 넘는 순간 히프가 살짝 걸렸고 그 탓에 균형이 흔들렸다.

류샹이 뒤쳐지자 오성홍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하던 많은 중국인들은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응원하던 류묘(34)씨는 “류샹은 우리의 우상이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그를 좋아한다”면서도 얼굴 한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110m 허들에서는 로블레스가 가장 멀리 결승선에 들어섰으나 실격 처리됐다. 옆 레인 류샹의 신체를 접촉해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금메달은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에게 돌아갔다.

이어 벌어진 여자 100m 결승에서는 현역 최고기록(10초64) 보유자인 카멜리타 지터(32·미국)가 10초90의 기록으로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지터는 이날 결승에서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10초97),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이상 자메이카·10초99)를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스타트 반응시간 0.167초로 재빨리 블록을 치고 나간 지터는 자메이카 듀오를 초반부터 리드했고, 막판까지 속도를 유지해 추격전을 펼친 캠벨 브라운을 가까스로 제압하고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여자 400m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보츠와나의 아만틀 몬트쇼(28)가 앨리슨 펠릭스(26·미국), 아나스타샤 카파친스카야(32·러시아) 등 쟁쟁한 우승 후보를 따돌리고 49초56의 자국신기록으로 정상을 밟았다. 인구 200만 명도 안 되는 아프리카의 소국 보츠와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출발 후 3코너 곡선주로까지 펠릭스와 레이스를 주도한 몬트쇼는 4코너 직선 주로에서 스퍼트를 내 체력에서 펠릭스를 앞섰다. 이번 대회에서 200m 4연패에 도전하면서 400m까지 영역을 넓힌 펠릭스는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뒷심에서 몬트쇼에게 밀려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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