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 사흘 동안 세계신기록이 없다.

여자 마라톤과 남자 경보 20㎞, 남자 100m, 여자 400m 등 14개 종목이 끝난 개막 3일째인 29일까지 단 한 개의 세계신기록(WR)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마법의 양탄자`라 불리는 몬도트랙으로 새로 단장하는 등 대회 준비에 공을 들인 대회 조직위는 세계 신기록 양산을 기대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단 1개의 세계기록도 생산하지 못해 당혹스럽다.

28일 오후 우샤인 볼트(25·자메이카)가 부정 출발 실격으로 빠진 남자 100m는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가 9초92라는 `평범한`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2년 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볼트가 세웠던 세계기록 9초58에 턱없이 뒤지는 것이다.

여자 멀리뛰기에서는 브리트니 리즈(미국)도 지난 6월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세운 올 시즌 최고기록(7m19)에 한참 모자란 6m82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남자 1만m 우승자 에티오피아의 이브라힘 제일란(27분13초81)의 기록도 2005년 8월 케네시아 베켈레(에트오피아)가 세운 26분17초53에 한참 떨어진다.

여자 원반던지기에서도 리안펑(중국)이 66m52로 우승을 차지했으나 1988년 가브리엘레 라인슈(독일)가 세운 76m80의 기록에는 한참 모자란다. 여자 1만m 우승자 비비안 체루이요트(케냐·30분48초98)의 기록도 1993년 왕쥔샤가 세운 29분31초78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남자 110m 허들에서는 다이론 노블레스가 13초14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으나 자신이 세운 세게신기록(12초87)을 넘어서지 못했다. 여자 400m에서도 아만트레 몬쇼가 49초56의 기록으로 우승했으나 세계신기록(마리타 코흐·독일·47초60)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자 100m에서는 카멜리타 지터가 10초90으로 우승했으나 1988년 플로렌스 그리피스가 세운 10초49의 세계신기록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같은 결과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나 올림픽은 기록보다는 우승으로 인한 순위가 중시되는 대회이기 때문이고, 특히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빠지며 대회가 하향 평준화돼 신기록 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육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육상 단거리의 꽃인 남자 100m의 타이슨 게이(29·미국),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 등과 남자 400m 우승후보 제러미 워리너(27·미국)가 각각 수술과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남자 세단뛰기의 금메달 후보 테디 탐고(22·프랑스)도 발목을 다쳐 불참했다.

남녀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와 폴라 래드클리프(38·영국)도 다음달 열리는 베를린 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 대구대회는 불참했다.

또 확실한 강자가 없고 세대교체 시기에 맞물린다는 점도 기록 작성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이신바예바도 2009 베를린대회에서 충격적인 3회 연속 실패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남자 1만m의 절대강자였던 케네니사 베켈레(29·에티오피아)도 노쇠한 모습을 보이며 후배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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